「하나의 조선」이란 뭘 뜻하나(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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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ㆍ북한 공동성명이 담은 의문점
평양과 동경간에 수교 합의가 이루어진 것은 다른 고려에 앞서 우리의 북방정책이 도모해온 청사진에 부합된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일ㆍ북한간에 서명된 공동성명에 사용된 「하나의 조선」이라는 문구에 대해 일본은 분명한 해명이 있어야 된다고 본다.
형식상 이 선언문은 정당간의 합의라는 점에서 확정된 일본정부의 공식 견해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북한ㆍ일본간의 수교 교섭은 이 선언문 내용을 기본으로 하여 진행될 것이라는 데서 문안에 나타난 문제점에 대해 우리의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큰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은 선언문 5항의 「조선은 하나이며…」라는 문구가 삽입돼 있다는 점이다. 궁극적으로 통일을 지향하는 남북한의 입장에서 보자면 나무랄 데 없는 표현이다.
그러나 「조선은 하나」라는 말 하나만 떼어놓고 보자면 이는 지금까지 북한이 그들의 통일전선전략의 중심개념으로 사용해오던 말이다.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남한의 실체를 부정하는 논리의 기본이 되어온 이런 말을 굳이 공동선언문에 포함시킨 북한과 일본의 의도가 무엇인지 우리로서는 당장 헤아릴 수 없지만 그 배경과 이 때문에 제기될 문제점들은 앞으로 남북한 관계와 한반도 주변정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다고 본다.
우선 궁금한 것은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일본과 수교하겠다는 것은 분명히 한반도에 두개의 정부가 존재한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미ㆍ일ㆍ중ㆍ소 4개국의 남북한 교차승인의 길을 가겠다는 의사로 볼 수 있다.
그러면서 「조선은 하나」라는 용어를 굳이 공동성명에 삽입한 것은 이만저만한 논리의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모순을 모를 리 없는 북한측은 아마 그들의 대명분을 갑자기 허무는 것을 북한 국민들에게 설명할 길이 없어 우선 모호하게 얼버무리는 것이 아닌가 추측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일본과의 관계에서 진전되는 상황에 따라 점진적으로 북한 국민들을 이해시키는 한 단계로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은 앞으로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불확실한 일이다.
당장 우리에게 제기되는 문제는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유엔 가입에 관한 것이다. 지금까지 남북한의 유엔 동시가입을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해온 일본은 이를 반대하는 북한이 「조선은 하나」의 문구를 들어 일본측에 반대하도록 주장할 경우 어떤 입장을 취하게 될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의문은 곧 바로 일본이 이를 빌미로 남북한을 상대로 한 2중 외교를 할 의도를 드러낸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와 연결되기도 한다. 일본정부는 이 점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밝혀야 한다고 우리는 믿는다.
이 점을 분명히하지 않고 외교적인 수사로 얼버무리려 한다면 일본의 북한 접근은 남북한 관계의 균형 있는 발전에 기여보다는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우리 정부도 일본에 대해 강력한 해명을 요구하도록 우리는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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