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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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떡은 밥을 주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권태를 없애기 위해 만들어진 구제의 음식이다. 밥 대신 이따금씩 떡을 만들어 먹는 것은 권태로운 일상으로부터의 도피를 의미하기도 한다.
떡은 즐거운 음식이자 신성한 제물이다. 생일이나 혼례식·회갑연등은 물론 상을 당하거나 제사를 올릴 때도 반드시 떡을 쓴다. 떡에는 한국인의 희열과 비애가 함께 담겨져 있다.
『그림의 떡』이니『누워서 떡 먹기』니 하는 등의 속담 외에 경북달성 지방민요 가운데는 이런 것도 있다.
『이치저치 시루떡/늘어졌다 가래떡/오색가지 기자 떡/쿵쿵 쳤다 인절미/수절과부 정절 편/올기쫄기 송기떡/도리 납작 송편 떡』.
삼국시대 이후 떡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고 종류마다 그 의미도 제각기 다르다. 돌날에는 수수 팥 단지, 고사에는 시루떡, 정월에는 흰떡, 추석에는 송편 등을 각각 만들어 먹었다.
떡은 그 재료나 형태가 다를 뿐 농경사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보편적인 음식이지만 우리민족 고유의 떡 문화가 갖는 특징은 아무래도 떡살문양에 있다 하겠다.
지금까지 수집된 민속유물로만 보아도 떡살문양의 종류는 아주 다양하고 변화도 무쌍하다. 「수복」「강령」의 글자가 있는가 하면 사선과 교차선의 직선이 있고 국수처럼 생긴 무늬도 있으며 곡선무늬, 태극무늬, 일월무늬·국화무늬·별무늬 등 온갖 길상무늬가 다 들어 있다.
떡의 단조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고안해 낸 것이 바로「떡살」이다.
떡살이라는 말에서 나타나는「살」은「우산살」「살대」등에서와 같이 어떤 형태의 골간을 의미한다. 떡에 일정한 의미를 지닌 무늬를 놓아 그 골격을 형성한다는 뜻에서 비롯된 말이다.
떡살은 대부분 나무나 도자기로 만들어지며 무늬를 새긴 판과 손잡이만으로 구성된 극히 단순한 도구다.
자신의 기원이 담긴 떡살문양을 찍어 떡을 만들고 두둥실 떠오르는 풍만한 보름달을 바라보며 한가위를 맞이하는 모습은 지구촌에서 둘도 없는 우리만의 멋과 정취이기도 한 것이다. <글=김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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