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고향 제주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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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누구나 한번쯤은 와 보고 싶은 이곳 제주도에 산지도 벌써 9년이나 되었다. 결혼식하고 설악산으로 신혼여행을 갔다가 그대로 이곳으로 왔으니 이제는 제주사람이 다 되어야 하는데도 남편이나 나나 그저 막연히 언젠가는 이곳을 떠나겠지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연연한 정이 붙어 제주도를 떠나서는 설마 살아질까 하는 생각이 든다.
1년에 서너 번쯤은 육지나들이를 갈 기회가 있는데 시아버님과 친정아버지제사, 그리고 추석이나 설날 때뿐이다. 그런데도 그런 저런 외로움을 못 느끼는 것은 이곳 제주도를 찾는 이들이 그만큼 많아서일까.
관광이나 신혼여행을 오는 친척, 방학 때 오는 조카들, 남편 친구들도 자주 내려온다. 가끔 내 친구들도 놀러 와 전화를 주면 달려나가 만나고 집으로 초대해 식사도 하며 갈 때는 약소하나마 성의껏 귤 상자를 선물하기도 한다.
어떤 때는 호텔예약부터 렌터카예약도 하고 그게 여의치 못하면(시즌 때) 우리 차를 빌려주고 좁은 아파트지만 요만 깔고 여기저기 쓰러져 새우잠을 잔 적도 있다. 그러다 보니 남편이나 나나 이젠 훌륭한 관광안내자역할도 곧잘 한다. 모두 관광지에 살고 있는 덕이다.
그래도 우린 항상 찾아오는 이들이 반갑고 반갑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나와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등을 좋아하는 남편은 형편과 여유가 닿는 대로 찾아오는 이들을 즐겁게 만날 생각이다. 사람 사는 집에 사람들이 들끓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하고 생각하는 우리는 조그만 소망을 가지고 있다. 좀더 큰집으로, 그것도 바닷가 가까운 경관 좋은 집으로 이사가 이 제주도에 오는 정다운 사람들이 편하고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되도록 쉼터를 마련했으면 하는 것이다. 언젠가는 그 집 주위에 귤나무도 가득 심어야지….
김여희<제주도 제주시 연동 261의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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