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네작 『산책로』/세계명화전/지상감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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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평범 속의 영원성 추구… 서울서 감상하는 명품/10월21일까지 호암갤러리
○…마네는 인상파 화가이면서 동시에 인상파 화가가 아니다.
그는 근대회화의 디딤돌이 된 인상파 스타일을 가장 먼저 일궈나갔으나 끝까지 인상파 그룹에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때때로 인상파 그룹의 혁신자이자 반역자로 불리기도 한다. 그의 작품세계는 전통회화쪽에선 혁신이었지만 젊은 인상파 그룹쪽에서 보면 반역이었던 것이다.
마네는 프랑스회화의 커다란 전통속에 대화가로서 위치를 꿈꾸었기 때문에 그의 작품엔 다른 인상파 화가들에게서 보이는 진취성 보다는 온건한 보수적 성향이 간단 없이 잠재되었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마네의 작품이 갖는 독특한 품격이며 무게이기도 하다.
다른 인상파 화가들과 같이 마네의 소재도 현대생활에 바탕을 둔 것이며,특히 일상의 밝고 건강한 단면이 화면의 중심적 모티브로 다뤄지고 있다.
이 작품도 그가 가장 많이 다뤘던 프랑스 중산층의 여인이 모델이 되고 있다.
짧게 끊어지는 터치의 경쾌함과 명암의 대비가 화면 전체를 화사하게 밝혀주고 있으며 평범한 것의 영원성을 추구했던 그의 모토는 특징 없는 검은 옷을 통해 웅변되고 있다. 이런 명작을 서울에 앉아 우리의 시각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덤으로 얻는 기쁨이다.<오광수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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