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카라과 오르테가 16년 만에 복귀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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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치러진 니카라과 대선의 개표 초반부터 1980년대 남미의 대표적 반미 지도자였던 다니엘 오르테가(60.사진) 전 대통령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6일 보도했다. 오르테가의 당선이 확정되면 16년 만의 재집권이다.

전체 투표소의 15%가 개표된 상태에서 오르테가 후보는 40%로 1위를 지키고 있다. 그 뒤를 33%를 얻은 중도우파 니카라과자유동맹보수당(ALN-PC)의 에두아르도 몬테알레그레 후보가 추격 중이다. 우파 헌정주의자유당(PLC)의 호세 리소 후보는 3위에 머물고 있다. AFP 통신은 "선거감시단체 '윤리.투명성 그룹'이 투표소 10%를 표본 추출해 임시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최종 득표율은 오르테가 38.49%, 몬테알레그레 29.52%가 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니카라과 선거법은 1위 후보가 40% 이상을 득표하거나, 35% 이상을 득표하고 2위와 5%포인트 이상 격차를 벌인 경우에만 곧바로 당선이 확정된다. 그 밖의 경우엔 45일 이내에 결선투표가 치러진다. 오르테가가 개표 막판까지 현 득표 수준을 유지한다면 그는 1차 투표만으로 대통령에 당선된다. 그러나 결선투표까지 간다면 승리가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우파 성향의 2, 3위 후보가 연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달라진 오르테가, 안 믿는 미국=오르테가는 79년 좌파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FSLN)을 이끌고 소모사 족벌 체제의 43년 독재를 끝내며 중미의 대표적인 반미 좌파 지도자가 됐다. 그러나 그는 이후 미국 레이건 행정부의 지원을 받는 콘트라 반군과 8년여의 내전을 벌여야 했다.

오르테가는 내전이 진행 중이던 84년 대통령이 된 뒤 90년까지 현직에 머물렀다. 그러나 장기간에 걸친 미국의 경제 봉쇄와 내전으로 경제가 피폐해지면서 90년 2월 치러진 대선에서 중도 성향 후보에게 패했다. 오르테가는 이후 96년과 2001년 대선에도 도전했지만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자신이 변했다는 점을 계속 강조했다. 과거의 강성 이미지로는 당선이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자신의 러닝 메이트로 은행가이자 전 콘트라 반군 지도자인 하이메 모랄레스를 택했다. 유세장에 스포츠카를 타고 나와 "사랑과 평화 그리고 화해"를 외치기도 했다.

그러나 미 부시 행정부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폴 트리벨리 니카라과 주재 미국 대사는 오르테가가 "줄무늬를 바꾸지 않은 호랑이"라며 공개적으로 반감을 표시했다. 미국은 쿠바-니카라과-베네수엘라를 잇는 중남미 반미 전선이 형성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오르테가는 이에 대해 "나는 변했는데 미국의 냉전 논리는 변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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