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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원가 공개는 공급만 위축시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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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원가 공개를 회피하기 위해 도입된 원가연동제가 택지비 상승을 억제하지 못한 채 건축비만 부풀려 놓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공개가 집값 거품을 차단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행 주택법에 따르면 공공택지 내 공공기관이 공급하는 주택의 경우 평형에 관계없이 7개 항목의 분양원가를 공개해야 하고, 민영주택은 공공택지 내 공급분에 한해 25.7평 이하는 7개 항목, 25.7평 초과는 2개 항목을 공개해야 한다. 민간택지 내 공급 아파트는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분양원가 공개는 택지개발사업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택지조성원가 산정의 객관성을 높여 투명한 가격에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주변 아파트 시세의 안정을 유도하고자 한 것이다.

원가 공개는 SH공사가 상암지구 40평형대의 분양원가를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2003년에 분양가 1210만원으로 공급했지만 실제 분양원가는 736만원이었다는 것이다. 40%가 이익이라는 발표는 국민에게 충격을 줬고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요구를 확산시켰다. 노무현 대통령도 9월 말 "분양원가 공개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분양원가 공개는 건설회사나 소비자 모두에게 매우 민감한 문제다. 찬성론자들은 고분양가에 따른 집값 상승과 건설회사의 폭리를 막으려면 비용을 세세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최근 법원에서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택지조성원가와 분양원가를 공개하라고 판결했기 때문에 공공기관이 먼저 공개해야 한다.

반대론자들은 공공택지는 원가와 수용가가 같아 택지가격이나 토지조성원가가 공정하게 나오지만 민간은 같은 땅이라도 노하우에 따라 가격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민간업체의 원가 공개는 이윤 창출 구조 악화 등 추가적 법익을 침해해 비례의 원칙 중 최소 침해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업의 영업상 비밀 보장을 해치고 가격결정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한다는 점에서 자유주의 시장질서를 규정한 헌법 제119조를 정면으로 위배할 소지가 있다고 한다. 게다가 과잉규제를 금지한 헌법 제 37조2항에도 반한다는 것이다.

신규 주택분양원가 공개를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요구와 이에 대한 찬반 논쟁은, 저소득층이 부담할 수 있는 주택의 공급을 늘리고 주택시장에서 고급화되고 있는 주택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공급체계를 동시에 작동시킬 수 있을 때 합일점을 찾을 수 있다. 같은 아파트라도 일조 및 조망권 등 여러 여건의 차이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어서 원가 공개를 통해 주택건설업체에 새로운 규제로 공급을 위축시키기보다는, 저소득층의 주택 수요와 부담 능력에 적합한 공공분양 주택과 공공 및 국민임대 주택의 확대 공급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대한주택건설협회에 등록된 업체는 5500여 개지만 지난해에 아파트를 분양한 업체는 전체의 10% 남짓이다. 사업 실적이 없는 업체 중 상당수는 개발 정보를 입수해 가계약 형태로 미리 땅을 사들여 선량한 주택업체에 매입가의 2~3배에 되팔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땅값과 분양가 상승을 부추기는 이런 업체에 대해서는 강력한 세무조사를 해 폭리를 세금으로 환수해야 한다. 또 후분양 방식을 조기에 도입해 보증수수료를 낮추고 알박기를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손성태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 도시공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