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민주화의지가 ″급선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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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기2000년의 하계올림픽대회가 북경에서 실현될 것인가.
중국사상 최대의 행사인 아시안게임을 북경에서 열고 있는 중국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2000년 올림픽을 유치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지난해 천안문사태로 실추된 대외적 이미지를 만회하고 국제적 고립을 탈피, 정치·경제면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존재로 부상함으로써 올림픽을 유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세계적인 스포츠지도자들에게 심어줄 공산이다.
중국공산당 강택민 총서기 등 중국지도자들은 대회참관을 위해 북경을 찾은 사마란치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 등 IOC위원들과 아벨란제FIFA(국제축구연맹) 회장 등 국제경기연맹관계자들과의 활발한 접촉이 이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특히 양상곤 중국국가주석은 지난22일 사마란치 IOC위원장과의 회담에서 『만약 중국이 올림픽대회 유치를 위해 필요한 경기장 등 부대시설이 미흡하다면 얼마든지 새로 세울 수 있다』고 밝혀 강력한 올림픽유치의사를 표명한바 있다.
또 강택민 당총서기·이붕 총리·만리전인대 상무위원장 등도 국제적인 스포츠지도자들을 만날 때 『중국이 2000년 하계올림픽을 유치할 의사가 있음』을 나타내 중국이 올림픽유치를 내부적으로 결정해놓고 사전정지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2000년 올림픽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아직까지 어느 곳에서도 유치신청을 하지 않아 선두주자에 나설 수 있고 가까운 한국과 일본이 올림픽유치를 통해 경제발전과 대외적 위치를 비약적으로 강화시켜준 점과 마찬가지로 올림픽유치에 따른 파급효과를 노리고 있기 때문.
중국의 올림픽 유치의사를 전달받은 사마란치 IOC위원장은 『개인적으로 2000년 올림픽의 중국유치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면서 『중국의 의사를 IOC위원들에게 전달하겠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마란치 위원장은 『아직까지 IOC에 2000년 올림픽유치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도시는 하나도 없지만 세계 유명도시 상당수가 유치준비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면서 『중국이 올림픽유치를 위해서는 경기장과 선수·기자촌 등 시설보완과 추가건설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
또 사마란치 위원장은 중국체육계 고위인사 3명에게 은성올림픽훈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중국이 진정 올림픽을 유치할 의사가 있다면 앞으로 2년간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이번 대회의 성공적 개최와 중국민의 열기로 올림픽 유치활동에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이 2000년 올림픽을 개최하기에는 여전히 많은 문제를 안고있는 것이 현실.
중국은 지난해 천안문 민주화요구시위를 유혈로 진압, 국제적 비난과 고립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록 국제제재가 서서히 풀리고 위축되었던 대외 정치·경제활동도 회복상태에 있긴 하지만 실추된 이미지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개방과 민주화의지를 대내외적으로 확고히 하는 것이 급선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올림픽을 치를 경기장시설과 인력확보.
중국은 이번 아시안게임의 주경기장인 공인체육장의 수용인원이 7만명에 불과, 8만명 이상수용이 필요한 올림픽 주경기장으로 부족할 뿐 아니라 다른 대부분의 경기장도 시설의 개축 및 신축이 불가피하다.
이밖에도 동서독통일로 국제적 주목을 받고있는 베를린시가 2000년 올림픽유치를 표명하고 있어 과연 지명도가 낮은 북경이 이를 극복할 수 있느냐도 문제다.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이어 96년 올림픽이 미국 아틀랜타에서 개최키로 되어있어 아시아 및 아프리카 국가들이「올림픽이 서방국가들만의 축제냐」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데다 제3세계에서의 중국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의 상황을 종합해보면 북경의 2000년 올림픽 개최전망은 반반이라는 것이 국제체육계의 중론이다. <북경=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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