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인상 올해냐… 내년이냐…(쟁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한자리물가 고수」와 맞물려/연내인상은 충격 줄이고 경제운용에는 도움/공공요금ㆍ추곡수매등 곳곳 인상요인 도사려
국내유가 인상을 놓고 정부가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올해 한자리수 물가를 지키겠다고 수차 공언해 왔지만 중동사태ㆍ수재등 악재가 잇따라 돌출,현재로선 지키기가 거의 불가능하지 않느냐는 분위기가 물가 당국에 팽배해 있다.
어차피 지키지 못할 것이라면 한자리수에 연연치않고 인상요인을 상당부분 반영,차라리 내년 경제운용에 짐을 덜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일각에서는 에너지절약차원에서도 유가를 연내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며 이 경우 미뤄두었던 철도ㆍ상수도요금등 공공요금인상 스케줄 전반에 대한 검토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물가당국을 괴롭히고 있는 가장 큰 당면과제는 역시 고개를 숙일줄 모르는 국제원유가격상승이다.
이승윤 부총리는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와 관련해 『원유도입가격이 연말께 배럴당 25달러를 넘으면 물가동향등을 감안해 장단기대응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혀 연내 국내유가 인상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부총리의 이같은 언급은 『현재로서는 원유도입가격이 24∼25달러선을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그럴 경우 추경편성등으로 석유사업기금에서 이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는 전제를 한 것이지만 정부로서는 국제유가가 어떻게 춤출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단은 유가인상이 경제전반에 몰고올 쇼크에 대비,충격완화의 목적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사실 유가문제는 이미 지난 8월 중둥사태로 고유가시대의 방아쇠는 당겨진 셈이어서 우리로서는 인상시기와 그 폭이 문제이지 인상자체는 결정된 것이라해도 과언은 아니다.
중동사태가 터진 이후 국내석유평균도입단가는 7월 배럴당 13달러90센트,8월까지 14달러46센트에서 사태후 선적분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는 9월에는 24달러 정도로 뛰어오르고 앞으로도 계속 올라갈 전망이다.
동자부에 따르면 유가가 9∼12월 평균 25달러로 유지될 경우,연내 추가유가인상부담은 약 6천억원 정도로 이는 그동안 금융기관에 예탁했던 석유사업기금이나 재특예탁금을 추경을 통해 되돌려 받음으로써 메울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를 넘을 경우 연내유가인상이 불가피하며 그럴바에야 차제에 기름값을 올려 에너지긴축정책도 강화하고,내년도 경제운용의 부담도 덜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선뜻 유가인상을 결정하기에는 장애도 만만치 않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하반기 유가가 25달러선을 지속할 경우 연내에만 도매물가에 1.6%의 인상요인을 준다. 그렇지않아도 이번 수재에 추석성수기를 맞아 9월 소비자물가는 지난 8월의 8.2%(작년말대비)에서 9%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이미 연내에는 유가를 안올린다는 방침을 여러차례 천명한데다 정부내에서도 동자부는 이를 지켜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물가문제와 관련,정부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은 당장 결정해야할 추곡수매가와 공공요금문제다.
철도ㆍ지하철ㆍ상수도 등 공공요금은 인플레조짐이 시작된 87년이후 계속 동결정책을 취해왔다. 여기에는 그동안의 경제팀들이 재임때에는 물가문제로 덤터기를 쓰기 싫다는 문제도 있었다.
또 추곡수매가도 올해는 정부가 한자리수대 인상을 고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 등으로 달아오른 농민들의 불만등을 생각하면 과연 가능할지가 의문시되고 있다.
결국 물가는 올해도 어렵지만 내년에는 더 난항이 예고되고 있어 경제운용전반과 관련,정책결단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특히 내년말에는 자자제 및 총선거도 시작돼 민자당 등 정치권에서는 가급적 올해 흡수할 수 있는 요인은 흡수해 물가부담을 덜자는 의견도 정부로서는 압력이 되고 있다.
단기적 성적표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 측면에서 경제안정책을 과연 강구할 수 있는가가 현 경제팀의 어깨를 누르고 있는 것이다.<장성효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