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가스관 매설' 주민·주공 마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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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관을 빨리 묻어 보일러를 가동해야 하는데 2단지 주민들의 반대로 공사를 못하고 있어요.”(1단지 주민과 주택공사)

“1단지 주민들에게는 감정이 없어요.주공이 단지내 도로건설비를 분양가에 포함시켜 사유지화 해놓고 이제 와서 마음대로 도로를 사용하겠다니 말이 됩니까.”(2단지 주민)

대구시 동구 안심주공1,2단지 주민과 주택공사 대구경북지사가 2단지내 도로지하에 묻을 도시가스관을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

새 가스관은 전체 3백60m이며,이중 1백76m가 2단지내 도로를 통과한다. 주공은 2단지에 연결된 2백mm짜리 대신 3백mm관을 묻어 1단지(영구임대아파트 8백64세대)와 2단지(분양 3백40세대)에 도시가스를 공급할 계획이다.

94년 5월 입주 때부터 취사용 가스를 공급받고 있는 1단지 주민들이 난방용 가스보일러를 설치하겠다며 배관공사를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공이 지난해 11월부터 도로굴착 협의에 나섰으나 2단지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2단지내 도로는 분양가에 포함된 사유지여서 가스폭발과 누설, 공사때 소음과 차량통행 불편 등을 감수할 수 없다는 것이다.

2단지 대표 이강화(47)씨는 "3년뒤 입주한 2단지 주민들에게 1, 3단지 건설때 개설된 도로 건설비를 분양가에 포함시킨 것은 말도 안된다"며 "주민 75%가 이 이유로 공사를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2단지 주민들은 또 "2단지 분양 때 지난 8월 입주한 4단지(1백94세대)자리에 초등교가 들어선다고 해놓고 아파트를 지은 것은 사기분양"이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주공은 2단지 주민들을 만나 수차례 설득하고 협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가스관 매설이 늦어지자 이번에는 1단지 주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주민들은 지난 23~24일 2단지에서 시위를 벌였고 31일까지 2단지에서 도로굴착을 허용하지 않으면 다음달 1일부터 또 시위에 나서기로 했다. 1단지 대표 강상열(50)씨는 "겨울이 닥치고 있어 공사가 시급하고 이미 가스관이 묻혀 있는데도 가스폭발.누설우려 등을 이유로 공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공은 "학교부지는 교육청에서 필요없다며 매입하지 않아 용도변경해 아파트를 지었고 아파트에는 당연히 단지내 도로가 있어야 사업허가가 나는데도 주민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가스관 공사는 하루가 채 걸리지 않아 주민불편이 없을 것이라는게 주택공사의 설명.

주공은 2단지 주민이 끝까지 반대하면 대구~영천간 4번 국도(안심로)에서 1단지 쪽으로 3백40m에 관을 묻는 대안을 검토중이지만 기존안 4억원보다 공사비가 1억원 더 들 것으로 예상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공 고객지원부 전찬광(40)씨는 "주민설득이 불가능하면 대안대로 공사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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