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공개로 뽑는 미 선거/문창극 워싱턴특파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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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은 오는 11월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후보를 뽑는 예비선거가 한창이다.
지난 11일 11개주 선거를 시발로해 이달안으로 모든 주에서 후보를 확정한다.
이번 중간선거에는 4백35명의 전체하원의원과 주지사 35명ㆍ상원의원 35명을 뽑으며 이밖에 각주의 주의회의원 등 각종 선거직 공무원을 뽑게 된다.
워싱턴근교의 한 예비선거투표장.
예비선거가 후보를 뽑는 것이라해 한국처럼 각당의 당원 몇사람만이 모여 오물락 조물락 자기당의 후보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본 선거의 선거구와 투표구별로 열띤 선출절차를 밟는 것이다.
기자가 찾아간 워싱턴 근교 베데즈다시의 한 국민학교강당은 일반선거 투표장과 거의 비슷했다.
우선 예비선거관리도 각당이 맡지않고 주 또는 군선관위가 직접 관장하고 있으며 투표방식도 일반선거와 똑같았다.
유권자는 소속정당을 밝히고 그 정당에 등록된 각종 직책의 후보중 자기마음에 맞는 사람을 골라 투표함으로써 우리와 같은 밀실의 정치가 통할 수 없게 되어있다.
당의 상층부가 어느 특정인을 후보로 내세우고 싶어도 지역의 등록된 당원들이 뽑아주질 않으면 소용없다.
당의 지도부나 여러 유력단체가 지원을 한다해도 후보가 못되는 수도 많다.
민주당의 워싱턴시장 예비선거만 하더라도 도시개발업자등 여러 유력단체들로부터 지원을 받던 가장 강력했던 후보가 예상밖의 여성후보에게 대패했다.
시민의 의사가 본선거뿐 아니라 후보를 고르는 예비선거에도 최우선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4백∼5백명의 동원된 당원들을 모아놓고 『우리당의 국회의원후보를 선정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으나 덕망이 높은 현재의 아무개 위원장을 만장일치로 박수로 추대하자』는 한국식의 후보결정대회와 좋은 대조를 이룬다.
후보선택의 폭이 좁아 하는 수 없이 나쁜 것 가운데 덜 나쁜 것을 골라야 하는 식이 된다면 곤란하다.
한국도 공직의 후보가 될 수 있는 길을 소수의 정객손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점차 개방하는 제도의 개혁도 시도해볼만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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