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펀드 '수익률 착시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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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원.달러 환율이 2일 0.5원 떨어져 939원을 기록했다. 올 6월 말 이후 최저치다. 환율이 오르고 내릴 때마다 수혜주와 피해주가 생기게 마련이다. 해외펀드의 수익률도 달라진다. 환율 움직임을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 비중이 큰 종목이 손해를 본다. 원화 강세로 채산성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반면에 원자재를 해외에서 대부분 수입하는 음식료.철강.제약주 등은 환율이 떨어지면 수입가격이 낮아져 이익을 볼 수 있다.

해외펀드 투자도 환율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변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해외펀드의 수익률이 높더라도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원화로 환산했을 때 환율 하락분만큼 수익률을 까먹기 때문이다.

◆ 원화 강세 수혜 주=해외에서 원재료를 많이 수입하는 제약주와 원자재인 슬라브를 대거 수입하는 철강주 등은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2일 종근당(4.8% 상승).대웅제약(3.4%).광동제약(2.44%) 등과 포스코(0.95%).동국제강(1.9%) 등의 주가가 모두 올랐다. 연료용 기름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대한항공(1.47% 상승)과 아시아나항공(1.07%)도 원화 강세 덕에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대표적인 종목이다. 업종별로는 음식료품(0.83% 상승), 철강.금속(0.83%), 의약품(2.72%) 등이 이날 코스피 상승률(0.68%) 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다. 반면 수출 비중이 큰 업종의 주가는 이날 코스피 상승률보다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전기.전자 업종이 0.2%, 자동차.조선 등이 포함된 운수장비 업종이 0.28% 상승에 그쳤다.

◆ 환율하락 영향받는 해외 펀드=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서 해외펀드의 원화 환산 수익률도 낮아지고 있다. 달러화로 표시된 수익률이 좋아도 원화 강세로 인해 원화로 바꾼 수익률은 떨어진 것이다. 피델리티 자산운용의 중국 포커스는 달러화 기준 수익률은 연초 이후 47.94%지만 이를 원화로 환산하면 38.24%로 줄어든다. 달러화 표시로는 수익률이 플러스였지만 원화로 환산하면 원금을 까먹은 경우도 많다. 슈로더 아시아채권펀드의 연초 이후 달러화 기준 수익률은 6.39%였으나 원화로 환산하면 수익률은 -0.58%였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의 미국 채권 수익 포트폴리오 펀드도 10월 30일 기준으로 최근 1개월 수익률은 0.23%였지만 원화로 환산하면 수익률이 -0.13%로 돌아선다.

제로인의 우현섭 펀드애널리스트는 "원화 강세에 따라 해외펀드의 수익률이 떨어져 손해를 보는 것을 막으려면 펀드 가입때 환헤지를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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