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 OPEC”존립 흔들/중동사태로 창설후 최대위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비둘기ㆍ매파로 반목ㆍ분열/세계시장 지배력 상실… 새기구 탄생전망도/페만서 미국이기면 사우디가 주도권 쥘 듯
14일로 창설 30주년을 맞는 OPEC(석유수출국기구)가 이라크사태로 존폐의 위기에 처할 우려가 일고 있다.
이라크가 같은 OPEC 회원국인 쿠웨이트를 무력점령한데 이어 기구내 온건파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군사대치국면이 계속됨으로써 OPEC는 창설이래 최대의 분열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OPEC는 세계석유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세계유가는 페르시아만의 긴장고조 및 완화에 의한 심리적 불안정속에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다. 미국 석유산업연구재단의 로렌스 골드스타인회장 같은 이는 『OPEC의 기능은 정지돼 있다. 페르시아만 사태 이후에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의사결정기구가 생성될 수도 있다』고 전망하기도 한다.
OPEC는 지난 60년 석유수출국들의 석유수입 안정을 위한 생산자 카르텔로 발족,초기회원국인 사우디아라비아ㆍ이라크ㆍ이란ㆍ쿠웨이트ㆍ아부다비ㆍ베네수엘라 등 6개국에 의해 출범했다. 그후 리비아ㆍ나이지리아ㆍ알제리ㆍ에콰도르ㆍ가봉ㆍ인도네시아ㆍ카타르 등 7개국이 새로 가담해 현재 회원국수는 모두 13개국이다.
전세계 석유생산량의 3분의1 이상을 점유하는 OPEC는 지난 73년의 제1차 석유파동과 79년 이란의 회교혁명에 따른 유가폭등 때 석유생산 및 공급의 절대적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유감없이 발휘했었다.
그러나 그 이후 고유가에 대비하려는 각국의 대체연료 개발 움직임에다 세계경기 침체에 따라서 세계 석유수요가 점차 줄어들게 되자 OPEC는 직접적인 가격조작 정책을 포기,생산량쿼타제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선회하기에 이르렀다.
그것은 OPEC내부의 권력구조를 양분화시켰다.
즉 사우디아라비아ㆍ이라크ㆍ베네수엘라 등 대규모 석유생산국들이 카타르ㆍ가봉ㆍ에콰도르 등의 석유생산 규모가 작은 나라들에 비해 OPEC의 석유정책 결정에 있어서 보다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다시 이라크ㆍ사우디아라비아간의 OPEC 주도권 쟁탈전으로까지 비화했다.
이라크는 OPEC내 매파의 대표자.
이라크는 8년간에 걸친 이란과의 전쟁여파로 피폐한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빠른 시일내에 석유수입을 증가시킬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단기 고유가 정책을 주장했다.
이에 반해 비둘기파인 사우디아라비아로서는 단기 고유가정책이 세계경기후퇴를 초래해 결국은 석유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장기적 전망하에 증산을 통해 저유가정책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것이다.
결국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나흘전에 OPEC내에서는 매파의 주장이 우세,유가를 배럴당 18달러에서 21달러로 인상하기에 합의했다.
그러한 결정의 배후에는 강경파인 이라크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라크는 가격인상과 함께 이 가격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생산쿼타량의 준수도 요구했었다.
그러나 쿠웨이트ㆍ아랍에미리트 연합등이 쿼타량준수를 무시,증산을 감행함에 따라 OPEC 강경파들의 분노를 촉발,이라크가 쿠웨이트를 무력침공한 페르시아만 사태의 근인으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OPEC내 매파ㆍ비둘기파간의 갈등은 유엔의 대 이라크 금수조치에 따라 이라크ㆍ쿠웨이트의 석유수출량 하루 약 4백50만배럴의 감소를 보충하기 위한 OPEC의 증산결정에서도 볼 수 있다.
석유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페르시아만 사태가 어떤 식으로 해결되든지간에 OPEC의 변화는 필연적이라고 보고 있다.
만일 이라크가 계속 쿠웨이트 점령을 유지하는데 성공할 수 있다면 OPEC의 결정권은 완전히 이라크의 수중에 들어가 세계 유가가 이라크의 손에 의해 좌지우지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한편 미국이 쿠웨이트에서 이라크를 철수시킬 수 있다면 OPEC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수중에 들어갈 것이라는 것이다.
케임브리지 에너지연구소의 조제프 스타니스라브소장은 『페르시아만 사태가 해소된 이후 새로운 기구가 생겨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에너지보장분석 연구소의 석유전문가 존 레드패트씨는 『OPEC내의 권력구조는 장차 결정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며 『그러나 OPEC는 여전히 존속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박영수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