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한 포털사이트에서 네티즌이 가장 많이 찾은 기사는 '단풍.열매의 거리'였다. 김현아 씨(37.양천구 목동)는 아들(8)에게 체험학습을 시켜주기 위해 이중 한 곳인 강동구의 성내길을 찾았지만 실망만 안고 왔다. 그는 "가을의 낭만을 아이와 함께 즐기기 위해 나왔는데 말라비틀어져 죽어가는 나무만 있었다"며 "차라리 홍보하지 않는 것이 열매를 따가는 비양심자들로부터 나무를 보호하는 길"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강동구 신명초등학교 성내길
법적으로는 유실수 열매를 따갈 경우 경범죄 또는 형법상 절도에 해당돼 처벌받지만, 이를 제대로 알고 있는 시민은 많지 않다.
서울시 푸른도시국 조경과의 담당자는 "사실상 관리는 되지 않는다. 밤에 잠을 자지 않고 지킬 수도 없는 노릇이고 봉사대를 동원할 수 있는 예산도 따로 책정하지 않았다"며 "각 지자체가 관할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시 차원에서 별도의 유실수 관리계획은 세우지 않았다"고 밝혔다.
양천구 신트리공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유병림 교수는 "가로수로 유실수를 심으면 사람들의 손을 쉽게 타기 때문에 선진국에선 그런 사례가 거의 없다"며 "관리 방안이 뒷받침되지 않은 단순 아이디어를 행정으로 옮기다보니 이런 어처구니 없는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도시조경 전문가 김현수씨는 "차라리 유실수를 시민공원 등 한 곳에 옮겨 심어 집중관리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양천구의 한 관계자는 "열매를 보면 따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인데 시민의 양식만 믿고 적절한 관리 방안도 없이 유실수를 심어온 것 자체가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탁상행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