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안 하면 이라크 가서 고생" 케리 발언에 미국 정가 시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공부 열심히 해라. 숙제도 잘하고 똑똑해지려고 노력해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라크 가서 고생해야 한다."

2004년 대선 때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패배한 존 케리(민주당.사진)상원의원이 지난달 30일 대학생들에게 한 말이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 지원 유세를 위해 나선 자리에서다.

이라크에 파병된 군인에 대한 모욕일 수 있는 케리의 이 같은 돌출 발언 때문에 중간선거(7일)를 엿새 앞둔 미국의 정국이 한바탕 요동치고 있다.

케리 의원의 발언이 알려지자 공화당 측은 즉각 "이라크 주둔 미군에 대한 모독"이라며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지난달 31일 조지아주에서 유세를 하던 부시 대통령이 누구보다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부시는 "이라크에서 근무 중인 미군들은 하나같이 똑똑하고 누구보다 나라를 사랑하는 젊은이들"이라며 "이라크 파병 미군들이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다는 뜻을 내포한 케리 의원의 발언은 너무나 모욕적이고 부끄러운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케리 의원은 즉시 이라크 미군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도 "케리 의원의 말은 똑똑해지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이라크에 가서 고생해야만 할 것이라는 협박성 발언임에 분명하다"며 "이는 이라크 주둔 미군과 그 가족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모욕"이라고 비난했다.

파문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케리 의원이 직접 기자회견을 자청해 반격에 나섰다.

그는 "백악관과 공화당이 내 발언의 진의를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이라크 정책의 실패를 덮어보려는 얄팍한 술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나는 그 누구에게도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우리 병사들에게 사과해야 할 사람은 미국을 잘못된 전쟁으로 이끈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측은 "여기서 잘못 밀리면 다된 밥에 재 뿌리는 격"이란 판단 하에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반격에 나설 태세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선거의 최대 쟁점이 이라크 전쟁이었던 만큼 케리 의원의 발언이 기존 선거구도를 뒤흔들 막판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박신홍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