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냉전 새 국제질서 구상/미소정상 무슨얘기 나누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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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라크 제재방안 이견 해소에 주력/미는 경제지원 앞세워 소 불만 무마
9일 헬싱키에서 열리는 미소 정상회담은 당장은 중동평화방안을 모색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페르시아만 위기에 국한되지 않는 냉전종식 이후 시대의 새로운 세계질서조성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미 백악관 관계자는 부시의 출발에 앞선 배경설명에서 부시대통령이 이라크사태의 진전과 미국의 조치 등을 고르바초프에게 설명,미국의 진의를 전달하게 될 것이라며 탈냉전시대의 미소간 협조를 강조했다.
미소 정상은 유엔의 결의수준에서 이라크군의 쿠웨이트철수,쿠웨이트정부의 복귀,인질석방 등을 촉구하고 미소가 금년말까지 타결키로 한 전략무기감축,유럽의 재래식무기감축 등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밝힐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기본적인 입장확인을 떠나 이라크사태의 구체적인 해결책을 놓고는 상당한 이견이 노출될 것으로 예측된다.
우선 미국은 이번 기회에 소련의 협조를 얻어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의 완전한 제거를 희망하고 있으나 소련은 이라크가 쿠웨이트로부터 철수하되 후세인의 체면은 어느정도 살리는 외교적 해결을 선호하고 있다.
소련으로서는 이라크와 우호협정을 맺고 있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 선린관계를 유지해오던 리비아ㆍPLO 등 이 지역의 극단세력들의 입장을 반영해 주어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도 갖고 있다.
따라서 소련은 자신의 이름으로 이 지역에 개입하기보다는 유엔의 이름이 사용되기를 희망해 왔으며 이번 회담에서도 이러한 입장이 재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소련은 유엔평화군의 결성을 희망해 온 반면 미국은 지금과 같이 각국이 유엔의 이름밑에 독자적인 작전을 수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백악관 관계자가 『소련 지상군의 파견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사태해결에는 유익할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이번 회담에서 소련의 파병문제도 심각히 논의될 것임을 시사했다.
또 이 지역의 평화를 구축키 위해 소련은 이번 사태는 물론 팔레스타인문제 등 아랍의 모든 문제를 다룰 국제회의 소집을 희망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나토방식의 지역방위체제의 결성을 꿈꾸고 있어 이점에서도 의견대립이 예상된다.
미국은 또 대 이라크 봉쇄에 대한 소련의 분명한 지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최근 중국ㆍ이란ㆍ인도ㆍ브라질 등이 인도주의 입장에서 식량과 의약품을 제공할 의사를 피력하는 등 국제적 결속이 무너져가는 조짐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미소가 함께 중동사태에 대한 당초의 강경입장이 계속 확고하다는 점을 세계에 재천명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이같은 요구에 소가 어느정도 호응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미국은 소련의 지지를 얻는 수단으로 경제카드를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피츠워터백악관 대변인은 『쿠웨이트사태에 대한 지금까지의 소련 협조를 감안할때 미국이 소련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르바초프는 소련의 당면한 경제난을 타개키 위해 미국에 합작투자ㆍ식량대여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며 이번 회담을 통해 그 지원수준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동사태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이 비록 제시되지는 않더라도 미소 정상이 어깨를 나란히해 공동의 입장을 피력한다는 점에서 이번 미소 정상회담의 장기적 의미는 적지않을 것으로 보인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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