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되고 발이 되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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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중구 자원봉사협의회 회원이 유치원생들에게 연필 장식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시각장애인의 눈이 돼 주는 자원봉사 체험이 힘들었지만 보람이 있었어요."

주부 강영희(37.대전시 둔산동)씨는 지난달 26일 대전시청 시민광장의 안내견학교 자원봉사 체험코너에서 안대로 눈을 가리고 안내견을 따라 걷는 체험을 했다. 강씨는 "시각장애인의 애환을 조금이나마 알게됐다"고 말했다. 삼성화재가 운영한 이 코너에는 중고생들이 많이 찾아 안내견과 함께 걷거나 흰지팡이를 이용해 혼자 걸으며 어려움을 실감했다.

대전시 자원봉사지원센터가 주관한 '2006 자원봉사 대축제'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자원봉사자.시민 등 1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행사는 시민들이 장애인 등 사회에서 소외된 불우이웃의 생활을 직접 체험해 그들의 어려움을 알고, 자발적으로 돕는 자원봉사 분위기를 확산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한국철도공사 대전지사.한국도로공사 충청지역본부.대한적십자사 대전충남지사 등 기관.기업.학교 등 30개 단체 자원봉사자 300여명이 참여했다. 이들 자원봉사단체는 2평짜리 부스를 만들어 자신들이 평소 활동해온 성과를 홍보하고 시민들이 자원봉사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시각장애인들로 구성된 대전 맹학교 자원봉사단은 노인들에게 안마를 해줘 눈길을 끌었다. 대전 대성여중생 자원봉사단은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사이버범죄를 막기 위한 캠페인을 벌여 청소년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밖에 대전 적십자사 부녀회원 20여명은 현장에서 파전 등 음식을 만들어 축제장을 찾은 노인 등 시민들을 대접했다. 축제장을 찾은 유치원생.초등생들은 대전시 중구자원봉사협의회가 운영한 매직풍선 시연회 코너를 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대전 사회알콜상담센터의 건전한 음주문화 조성 부스에는 40~60대 남성들이 알콜에 중독됐는지 자가진단을 했다.

대전시 자원봉사지원센터 김미자 담당은 "이번 축제로 대전시에 자원봉사 분위기가 확산됐다"며 "내년에는 기관.기업체 위주에서 개인 등 민간단체도 참여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서형식 기자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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