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만 소망(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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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토분단 45년만에 처음 열리는 남북 총리회담에 온 국민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그리고 그 눈길은 한결같이 이번만은 회담이 꼭 성공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가득 찼다.
북쪽 손님들이 판문점을 통해 서울로 올 때는 날씨마저 쾌청했다. 그래서 강영훈총리는 그동안 날씨가 궂었던 것을 지난날의 회담에 비유,연형묵 북한총리에게 『복이 많은 모양』이라고 덕담을 했다. 이에대해 연총리도 『회담이 잘될 징조』라고 맞장구를 쳤다. 우리 속담에도 『시작이 좋으면 끝도 좋다』고 했다.
그런데 이들 북쪽 손님들이 서울에서 여장을 풀던 날 중앙일보 사회면에는 북한대표단의 일원인 림춘길총리책임보좌관이 『내 막내동생』이라고 주장하는 한 할머니의 기사가 실려 화제가 되었다.
경기도 양주에 사는 림춘심할머니(69)가 고향인 평북 철산을 떠난 것은 43년 전인 47년 봄이었다.
남편을 따라 3남매의 손을 잡고 38선을 넘을 때 막내동생의 나이는 9살. 만득자인데다 젖이 모자라 누님인 자신이 암죽을 끊여 먹이고 늘 업어키우다시피 했다고 회상한다.
임할머니는 3일자 중앙일보에 난 임춘길씨의 사진을 보고 동생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아닌게 아니라 신문에 나란히 난 사진을 보면 영락없이 닮은 얼굴이다.
뾰족한 턱하며 약간 치켜올라간 윗 눈꺼풀하며 역삼각형의 얼굴 모습이 누가 봐도 남매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당사자인 임춘길씨는 이런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당사자가 안 그렇다고 하니 더 할 얘기는 없다.
하지만 임할머니의 간절한 소망은 한번 만나보고 싶은 것이다.
돌이켜 보면 남북분단의 가장 쓰라린 아픔은 꿈에도 잊지 못하는 혈육의 정을 끊은데 있다.
지난 세월 우리는 수많은 이산가족들의 통곡을 눈물로 지켜보지 않았던가. 특히 83년 KBS­TV가 벌인 「이산가족 찾아주기」 프로그램은 온 나라를 눈물바다로 만들었을 뿐더러 세계의 시청자들까지 울렸던 기억이 새롭다.
우리만이 겪어야 하는 그 아픔,그 슬픔을 이제 모두 거두고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나보고,가고싶은 고향땅 마음껏 밟아보 게 하자는 게 바로 이번 남북 총리회담의 기본정신이다. 따라서 임할머니의 조그마한 소망은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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