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국정감사에서는 고정간첩 혐의로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는 장민호씨와 관련해 국회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졌다. 의원들은 장씨가 정보기술(IT) 분야와 방송 관련 업무를 주로 했다는 점을 들어 장씨의 행적에 의문을 표시했다.
◆보안기술 유출됐나=국회 정무위 소속 한나라당 이계경 의원은 미국 시민권자인 장씨가 국가기관의 핵심 보안기술을 북한으로 빼돌렸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이날 국무조정실 국정감사에서 장씨가 국내에 들어와 IT 관련 기업을 잇따라 세우거나 합작하는 과정에서 북한 공작금이 들어온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인터넷 보안 관련 기술이 북한으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장씨가 최근까지 대표로 있던 모바일 솔루션 전문업체 ㈜미디어윌 테크놀로지는 인터넷 해킹 전문기관인 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을 비롯해 건강심사평가원.두루넷 등을 주요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과기정위 소속 한나라당 김희정 의원도 정보통신부 국감에서 "장씨가 1998년 5월~99년 10월 정통부 산하 한국소프트웨어지원센터(해외 IT 지원센터인 iPARK의 전신)에 근무하는 동안 1억2000만원이 넘는 돈을 받았다"며 "우리 산업과 관련해 소프트웨어 정보가 북으로 넘어갔을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방송 관련 행적도 의문=국회 문화관광위 한나라당 박찬숙 의원은 방송위원회 국감에서 "장민호씨는 ㈜경인TV 2대주주인 ㈜미디어윌의 IT 자회사 ㈜미디어윌 테크놀로지의 대표이사"라며 "장씨가 경인TV 사업에도 상당 부분 간여해 왔다는 것이 주변 인사의 전언"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방송위는 방송 허가권을 주기에 앞서 주요 주주들의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을 철저히 점검해 국민의 소유인 전파가 이적행위 등에 엉뚱하게 악용되는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본지 10월 31일자 4면).
한나라당 이계경 의원도 경인지역 새 민영방송 사업과 관련된 정보가 북한으로 유출되지 않았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T 국제 행사도 주관=한나라당 김태환 의원은 정통부 국감에서 장씨가 2000년 1월 20일부터 이틀간 실리콘밸리에서 개최됐던 '코리아 IT 심포지엄 2000' 행사를 주관한 팀장이었다고 공개했다. 김 의원은 "장씨는 이 행사에 참가한 30여 IT 기업을 선정했으며, 정통부는 이 기업들을 주축으로 '시장개척단'을 만들어 말레이시아와 이스라엘.인도.태국.미국.유럽시장을 순회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장씨가 당시 국내 첨단 벤처기업들의 사업계획서를 모두 섭렵했고 그 내용을 심사했다"며 "미국 인사 1000여 명도 행사에 참석하도록 섭외했기 때문에 장씨가 국내외의 IT 사업계획서를 입수, 이를 북한에 보고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서경호.강주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