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륜동 주부들의 수범(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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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도시라는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서로 남을 생각하고 행동하는 일은 바로 자신의 삶의 환경을 좋게 유지하는 일이 된다. 도시생활에 익숙하지 못한 우리 국민에게 있어서 공동선을 위해 자신의 자유를 결제하는 일상적 행동양식을 터득해나가는 일은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질서를 지키고,남을 불쾌하게 하는 길거리에서 침ㆍ껌뱉기,담배꽁초ㆍ쓰레기 버리기를 자발적 시민의식으로 고쳐나가는 일이 모두 그런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최소한의 예의요,규범인 것이다.
그런 절제적 행동은 타율적 제재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을 안전하고 쾌적하게 하는 기초가 된다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된다.
그런 점에서 서울 오륜동 올림픽선수촌아파트 주부들의 자발적인 쓰레기분리수거는 성공적인 귀감이라 할 수 있겠다.(중앙일보 30일자 보도)
이 아파트단지 6천6백여 가구 주부들은 이달초부터 아파트 벽에 나있는 쓰레기 투입구를 봉쇄해버리고 따로 대형 플래스틱통을 마련,마른 것과 젖은 것으로 쓰레기를 분리해서 버리는 한편 빈 병은 따로 모아 아파트 청소원들의 부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인해 이 아파트단지는 쓰레기차가 늦어져 악취가 진동한다거나 쓰레기가 쌓여 있는 일이 없어져 주변환경이 청결해졌다는 것이다.
이런 자발적인 주부들의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우리 생활의 소비증가에 비례해서 늘어만 가는 쓰레기의 처리문제는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 앞으로의 과제는 폭증하는 쓰레기에서 땅에 묻어야 할 「최종적인 쓰레기」의 양을 얼마 만큼 줄이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쓰레기를 성분별로 분류해서 수거하는 길이 간단하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기초작업이다.
그러나 쓰레기의 분리수거는 성분별로 수거된 쓰레기의 재활용이라는 후속조처가 없이는 아무 의미가 없다. 지금까지는 무작정 버리기만 하던 쓰레기를 가려 나눠서 다시 새로운 자원으로 활용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고도 남는 최소한의 것만을 땅에 묻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쓰레기 처리방식이다.
현재 시범지역에서 드러나고 있는 분리수거의 문제점을 보면 담당업체가 수거를 게을리하여 주민이 보관에 부담을 느낀다는 호소가 나오고 있다.
분리수거를 해놓아도 이를 처리할 관련시설이나 체제가 정부나 기업 양쪽에 전혀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쓰레기문제는 곧 후손의 생명에 직결된 환경문제라는 절박성에 대한 인식이 아직도 부족하다. 정부와 기업은 이 문제에 대해 안이한 편의주의의 잠에서 하루속히 깨어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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