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분규 재연|노조 대표성 싸고 노사"팽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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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해 3월 파업을 단행,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던 서울 지하철공사 노조(위원장 직무대행 홍순영·36)가 현 노조집행부의 대표성을 둘러싸고 공사 측과 대립, 노사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노조 집행부에 대한 대표성 논란은 ▲지난해 파업당시의 노조위원장 정윤광씨(43)를 해고된 뒤에도 계속 위원장으로 두고 있는 직무대행 체제의 합법성 문제와 ▲위원장 직무대행 선출방식에 대한 정당성 여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정씨는 지난해 3·16 총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올 2월8일 파면된 뒤 지난 5월15일 대법원에서 징역1년6월을 선고받아 복역중이다.
공사 측은 해고된 정씨가 이미 비 조합원이므로 위원장자격을 상실했고, 따라서 정씨를 위원장으로 하는 어떠한 직무 대행체제도 대표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조 측은 정씨가 현재 중앙 노동위원회에「부당 노동행위 구제 신청」을 제출, 해고의 정당성 여부를 가리는 상황이므로 노동조합법 3조의「해고의 효력을 다투고 있는 자를 근로자가 아닌 자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는 단서조항에 따라 정씨는 조합원과 위원장의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사 측은 이에 대해『이 단서 조항은 비록 조합원이 아닌 자가 노조에 가입했다 하더라도 노조의 설립 자체는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이지 해고를 다투고 있는 개별조합원 신분까지 보호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는 노동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정씨를 조합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공사 측은『정씨가 이미 실형이 확정돼 인사 규정에 의해 당연 사직된 상대이므로 정씨의 조합원자격 시비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직무대행 선출 문제에 대해서도 공사 측은 노동조합법에 명시된 대로 위원장 유고시 수석 부위원장→부위원장→사무국장 순으로 노조 임원 중에서 직무대행이 임명돼야 하나 현 홍 직무대행은 임원이 아닌 평 조합원이므로 자격이 없다는 주장이다.
노조 측은 이에 맞서『노조대표 선출권은 노동자의 고유 권한이므로 이를 부정하는 것은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와 함께 노조 측이 조합원들의 봉급에서 2%씩 원천 공제해 오던 조합비 월9천만원을 단체협약 시효만료 등의 이유로 8월부터 공사 측이 공제협조를 거부하면서 노사갈등이 크게 증폭되고있다.
이러한 노사간의 팽팽한 입장대립으로 지난 2월 단체협약 시효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노사 양측은 6개월째 단체협상조차 열지 못하고있다.
조합비 공제 중단에 자극 받은 노조 측은 21, 22일 이틀간 한진희 사장(61)에 대한 조합원 신임투표까지 실시, 참여조합원 중 86%인 4천8백70명이 불신임표를 던지자 사장에 대한 불복종 운동을 선언했다.
노조는 24일 조합원 비상총회를 갖고 27일부터 본사의 행정지시를 거부하는 한편 9월3일까지 공사 측이 단체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쟁의 발생 신고를 하는 등 9월9일 이후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자세다.
지하철 공사 측은 이에 대해『우리는 당초부터 노조가 적법절차에 따라 집행부를 구성하면 당연히 대표성을 인정하고 단체협약 경신협상에도 임한다는 입장인 만큼 노조 측의 자세전환을 요구한다』고 맞서고 있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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