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심 정책 남발, 경제에 큰 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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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승리할 것이 확실시되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선거를 하루 앞둔 28일 그의 정치적 고향인 상베르나르두두캄푸에서 마지막 유세를 하고 있다. [상파울루 로이터=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실시된 브라질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61.사진) 현 대통령의 승리가 확실시된다. 룰라 대통령은 28일 밤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61%의 지지율을 기록, 39%에 머문 야당 후보 제랄두 알키민 전 상파울루 주지사를 22%포인트 차로 누를 것으로 전망됐다.

룰라의 재집권은 과감한 복지정책이 기반이 됐다. 특히 1100만 명에 매달 40달러(약 3만8000원)씩 현금을 지원하는 복지 프로그램은 저소득층의 절대적 지지를 이끌어냈다. 경제 사정도 2002년 첫 취임했을 때와 비교하면 상당히 나아졌다. 외환보유액은 두 배가량 늘었고, 수출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발생한 측근의 부패 스캔들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급기야 1일 치러진 1차 선거 직전에는 여당이 야당 인사를 음해하려다 발각되는 사건이 터지면서 결국 과반 득표에 실패했다.

그러나 룰라는 최근 공기업의 민영화를 선거 쟁점으로 삼으면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그는 "야당이 집권할 경우 대대적인 민영화의 칼바람이 불 것"이라며 유권자들을 설득했다. 순식간에 야당의 공세에서 벗어난 그는 덤으로 노동자.저소득층의 지지를 복원, 승세를 굳힐 수 있었다. 28일 그가 마지막 유세지로 고른 곳도 자신이 한때 노조 지도자로 활동했던 상파울루 외곽의 공업단지였다.

하지만 룰라의 집권 2기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인기를 노린 선심성 정책이 부메랑이 돼 브라질 경제에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란 것이다. 집권 1기 당시 좌파 지도자의 친시장 행보에 찬사를 보내던 서방 언론들도 잇따라 개혁 후퇴를 우려하고 나섰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공공부문과 연금제도 개혁에 대한 유권자들의 강한 거부감이 확인된 이상 다음 정부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중남미 담당인 리자 쉬넬러 연구원도 24일 한 세미나에서 "대선 이후 개혁 조치가 뒤따르지 않을 경우 브라질 경제가 안정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선거를 통해 확인된 지역별.소득별 지지의 양극화도 룰라에게는 큰 부담이다. 대선 이후 전국 27개 주 중 17개 주가 친 룰라 지역으로 돌아설 것으로 보이지만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고 경제가 발전된 남동부 10개 주의 주지사는 야권이 차지했다. 의회도 사분오열돼 있다. 이달 초 의회선거에서 집권 노동자당은 하원 513석 중 83석을, 알키민 후보의 사회민주당은 66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나머지 의석은 군소정당에 분산됐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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