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규 원장 사퇴 싸고 거세지는 정치권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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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규 국가정보원장의 사의 표명(27일)을 둘러싸고 정치권 공방이 확대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29일 "'386 간첩단' 수사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수사 책임자인 국정원장을 교체하는 것은 수사를 흐지부지 하겠다는 것"(나경원 대변인)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 나도는 이른바 '음모론'이다. 정보통(通)인 정형근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김 원장이 간첩단 수사를 독려하면서 정부 내 반발이 일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 원장의 사의 표명은 타의에 의한 게 틀림 없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측은 이를 "근거없는 정치 공세"라고 일축했다. 청와대의 한 핵심 인사는 "김 원장을 연말께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으나 외교안보팀 교체 시기에 본인이 그만둘 뜻을 비쳐 한꺼번에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음모론의 불길은 좀체 꺼지지 않는다. 정치권 일각에선 '대공 수사의 파장을 막기 위해 김 원장의 사표를 조기 수리할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나라당은 간첩단 사건의 전모가 밝혀질 때까지 김 원장을 유임시키되 간첩단을 발본색원한 뒤 '안보 책임'을 물어 해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음모론을 적극 차단했다. 노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통하는 윤태영 대변인은 "김 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날 때까지 원장직을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간첩단 사건 수사를 중단하거나 축소할 것이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얘기다. 윤 대변인은 이어 "청와대가 검토하지도 않는 조기사퇴 가능성을 말하는 건 오히려 음모론을 부추기려는 의도"라고 반격했다.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간첩단 수사를 김 원장이 직접 하는 것이냐. 청와대가 (수사를)지시한 것도 아니고 국정원이 정권의 눈치를 보지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제 논란의 초점은 김 원장이 조직 장악력을 유지한 채 간첩단 수사를 내실 있게 마무리할 수 있느냐에 쏠리고 있다.

노 대통령은 11월 2일께 국정원장 후보자를 발표할 계획이다. 그럴 경우 신임 국정원장은 인사청문회 등의 절차를 거쳐 12월 중순께 취임하게 된다. 문제는 관료 조직의 생리다. 후임 장관.원장이 내정되면 각 부처의 업무.정책.인사는 새 사령탑의 의중을 반영해 돌아갈 수밖에 없다. 더욱이 민주노동당은 '국정원이 신(新) 공안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원장은 "끝날 때까지 담담하게 일하겠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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