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락질서 이대로 둘 순 없다|무질서의 극치 자녀 볼까 겁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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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차준엽(환경보호단체 「자연의 친구들」 공동대표)=산이나 바다에 쌓이는 쓰레기더미는 사람들이 보기에 지저분하고 악취가 난다는 사실 그 자체 때문에 문제가 심각한 것은 아니다.
땅속으로, 계곡 물이나 바다로 스며드는 각종 폐기물은 곧바로 생태계의 구조적인 변경을 가져와 자연이 파괴되고 잇따라 인간자신의 건강한 삶이 망가지게 된다.
모든 자연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견딜 수 있는 한계가 있는데 인간은 이미 그 한계를 넘은 지 오래고 수돗물 오염·산성비등 벌써 그 영향이 우리 생활 속에 나타나고 있다.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살기 위해선 인간의 절제가 우선돼야 함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손봉호(서울대교수·사회교육)=피서철의 무질서한 행락 질서는 한마디로 휴가 갈 자격이 없는 사람이 피서를 다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금수강산이 쓰레기공해에 몸살을 앓는다면 그 대가는 행락객 자신과 그 아들·딸들에게까지 돌아온다.
게다가 부모들의 각종 무질서를 따라다니면서 목격한 자식들이 어른이 돼서 그 같은 행위를 반복하면 사회에서 지탄받는 자가 될 것이 분명하므로 진정 자식을 사랑한다면 부모들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
▲전동환(강원대교수·관광경영과)=국민관광시대를 맞아 자가용 피서객은 크게 늘어나는데 비해 도로 및 관광시설 등 수용시설건설은 이에 따르지 못해 앞으로는 상당기간 짜증스런 피서가 되기 쉽다.
관광수용시설건설은 4∼5년 단위의 단기적 안목보다 장기적 계획으로 마련돼야 한다.
관광지에서의 무질서·폭력·바가지상혼·쓰레기 등 모든 문제는 국민의식수준이 경제발전수준을 따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정치·경제·문화의식을 높여야 한다.
▲박선홍(광주상공회의소 부회장)=피서철만 되면 전 국토가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주된 원인은 행정당국의 적절한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도 한 원인이지만 무엇보다 자연을 보호할 줄 아는 성숙된 시민의식이 결여돼 있기 때문이다.
당국은 휴산제 등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 입산을 통제하는 자연보전구역을 확대해 나가고 이와 함께 시민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국민야영장과 같은 휴식공간을 많이 제공해야 한다.
또 시민들은 국토사랑·자연보호 등을 생활화, 행사장의 구호가 아닌 자신의 신체를 보살피는 것과 같이 생활의 일부로 생각하는 성숙된 문화국민의식을 갖추어야 한다.
▲장세화(한국관광공사 홍보부장)=휴가를 단순히 직장의 일손을 놓고 휴양지에 몰려가 먹고 마시고 즐기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고부터 버려야한다.
휴가는 평소 업무에 쫓겨 추구하지 못했던 취미생활이나 부족한 지식을 보충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야한다.
이를 위해 오랜 기간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는 국민각자의 자세가 중요하다.
또 휴가여행 자체도 자신은 물론 자녀들이나 다른 사람들에 대한 교육의 장이라 본다면 피서지에서의 무질서나 범죄행위·각종 쓰레기의 마구잡이 식 투여행위는 없어지리라 본다.
또한 각 기관이나 기업체에서도 휴가를 연중무휴로 실시해 일시에 몰리는 현상을 덜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이밖에 시민들이 건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휴식공간이나 위락시설의 확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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