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강건너온 불”/에너지 종합대책 왜 나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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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값올려서 에너지과소비 잡기/원가ㆍ공공료 부채질 물가비상
강력한 소비절약시책의 재가동과 함께 내년도 석유류ㆍ전기ㆍ연탄 등 에너지가격의 전면인상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 정부의 이번 에너지종합대책은 그렇지 않아도 우려되던 고에너지가시대가 최근 중동사태로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시켜주고 있다.
정부는 이번에는 과거 1,2차 석유위기때처럼 대폭적이고 연속적인 가격인상사태는 없을 것이며 값을 올리더라도 석유사업기금등으로 흡수할 수 있는 것을 제외한 일부만을 단계적으로 가격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그동안 저유가시대속에 아까운 줄 모르고 써온 국민들의 에너지소비행태나 그렇지 않아도 불안스런 물가문제등을 고려할 때 그 파장은 결코 적을 수 없다.
정부가 적어도 내년 1∼3월중 에너지가의 인상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이유는 두가지다.
첫째는 이라크의 침공사태로 빚어진 최근의 국제유가 오름세다.
동자부는 현추세대로라면 연말 차기 OPEC(석유수출국기구) 총회에서 배럴당 기준가가 25달러로 재인상될 가능성이 크며 국내도입원유가가 종래 16.5달러에서 25달러수준으로 오르게 되면 내년에 추가로 안게 되는 유가인상부담이 1조8천8백25억원(35% 인상요인)에 이른다고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유가완충자금(석유사업기금중 1조6천억원)지원,관세인하등의 조치를 취하더라도 국내유가에의 인상반영을 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둘째는 소비억제등 정책적 고려로 중동사태가 원만히 수습된다 해도 OPEC의 기준가인상등 고유가시대를 눈앞에 둔 현실에서 차제에 급증하고 있는 에너지소비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따라 이미 예고된 휘발유값인상,업무용ㆍ주택용 전기료인상외에도내년에는 등유가격 자율화등 전면적인 에너지가격구조 재조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여기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동결이 예상되는 연탄값 현실화도 내년에는 큰 과제가 되고 있다. 연탄값의 경우 그동안 광원임금인상,채탄사정 악화등 인상요인을 기름값과의 가격구조때문에 인상치 못하고 재정에서 일부 충당한 채 억눌러 왔으나 이제는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결국 줄줄이 서있는 이러한 에너지가 인상을 내년에 모두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우선 그 여파부터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물가문제다.
유가 하나만을 보더라도 경제기획원에 따르면 원유도입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는데 따라 도매물가가 0.44%,소비자 물가가 0.07% 상승압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지하철ㆍ버스ㆍ택시ㆍ철도 등 교통요금도 유가조정에 따라서는 에너지비용상승이 없는 부문도 있지만,함께 고개를 들어 전반적인 공공요금인상러시를 가져올 전망이다.
이와함께 기업들의 경우는 산업용유가를 인상치 않는다 해도 납사가격상승(원유가 10%인상때 8.7%상승)에 따른 석유화학제품값 인상으로 제조업부문만해도 유가가 10% 오를 경우 0.6∼0.8%의 제조원가 상승요인을 안게되어 있다. 그렇지 않아도 임금인상ㆍ엔고 등으로 채산성악화에 고전중인데 유가인상으로 연속적 타격을 받게 되는 셈이다.
이 점에서 정부의 이번 에너지가격 인상방침이ㆍ제조업의 경쟁력이나 국민부담을 도외시한 채 에너지소비절약을 지나치게 가격정책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또 정부가 유가인상때 그동안 모아놓았던 석유사업기금을 완충자금으로 쓰겠다던 공약을 다른 용도에 거의 써버림으로써 지키지 못하게 돼 정부스스로 정책신뢰의 구멍을 만들었다는 사실도 외면할 수 없다.
그러나 최근 중동사태에 따른 유가상승으로 가장 큰 걱정은 향후 물가ㆍ성장 등 경제운용에 큰 제약을 가져왔다는 점이다.
이미 인플레시대가 예고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상승은 이를 더 부추기고,세계경제둔화에 따른 경기위축은 수출시장의 위축을 불러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외적 상황을 고려할 때 어차피 에너지가격의 인상조정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을 일정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고유가 상황을 산업구조조정,체질강화 등의 호기로 활용한 선진기업들이나 보이지 않게 절약을 제도화한 에너지절약 모범국들의 예를 본받아 정부ㆍ기업ㆍ국민일반 모두의 지속적인 절약노력이 긴요한 시점이다.<박신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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