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인 점령군에 게릴라전/전운만 감도는 중동현지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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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사우디 접경에 이라크군 증강/네시간 줄서야 빵한조각 배급
외교적 중재를 위해 미국을 방문한 후세인 요르단국왕이 16일 부시대통령으로부터 미국의 강경입장만을 되풀이 전달받는 등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가운데 미국과 이라크가 군대를 계속 증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부시대통령은 이날 아라크로 향하는 선박들의 운항을 금지하기 위해 현지에 파견된 해군지휘관들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무력」을 사용하도록,지시,군사적 제지의사를 다시한번 다짐했다.
○난민 1만명 임시 수용
○…프랑스 주재 사우디대사인 자밀 알 해자일란은 16일 프랑스 수아르 신문과의 회견에서 이라크가 사우디국경에 최소 15만병력을 집결시키고 있다고 밝히고 사우디는 약 6천∼1만명의 쿠웨이트 난민들을 리야드의호텔이나 임시천막들에 수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 해자일란 대사는 『사우디 지도자들이 미국에 대해 지원군 파병을 요청키로 결정했을 때는 사우디가 이라크의 침공을 받기 일보 직전이었다』고 말했다.
○왕족청년들이 중심
○…쿠웨이트인들은 공개시위를 벌이고 지하연락망을 조직하거나 무장저항을 위해 무기를 공급하는 등 이라크 점령군에 완강하게 저항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지가 15일 보도.
이 신문은 쿠웨이트인들은 지난 2일 감행된 이라크의 침공으로 받은 충격에서 서서히 회복해가고 있으며 조직적인 저항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포스트지는 이어 쿠웨이트에는 은신중인 왕족들ㆍ군인사ㆍ여성등으로 구성된 수개의 저항중심조직들이 독자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밝히고 왕족 청년들이 유격전형식의 조직적인 무장저항을 펼치기 위해 쿠웨이트 군부인사들과 접촉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쿠웨이트를 탈출한 한 프랑스 여인은 15일 이라크의 침공후 극도로 악화된 식량사정때문에 쿠웨이트 주민들은 한조각의 빵을 배급받기 위해 4시간이나 줄을 서야 된다고 폭로.
이 여인은 한때 풍성했던 슈퍼마킷의 상품들이 완전 바닥이 났으며 이라크인들로 가득찬 버스들이 쿠웨이트에 속속 도착,쿠웨이트 건물들을 소유하기 시작했다고 전언.
○후세인 지하벙커 거주
○…이집트관영 MENA통신은 후세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의 메시지를 전달키 위해 이라크를 찾은 한 팔레스타인 관리가 사담 후세인 대통령을 바그다드 부근의 한 지하벙커에서 보았으며 후세인은 지친 모습으로 신경이 곤두서있는 상태였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리는 후세인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삼엄한 경비속에서 커튼이 내려진 승용차편으로 바그다드 외곽 50∼70㎞ 지점까지 갔다고 이 통신은 보도했다.
○“아랍여인 보지말라”
○…사우디아라비아에 파견된 미군들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엄격한 회교국가라는 점을 감안,맥주등 술과 플레이보이지 같은 성인용 잡지를 일체 가져가지 못하게 됐다.
한 관계자는 또 가능한 악수를 자주하고 발바닥을 상대방에게 보이지 말라는 등 상대국의 예의범절을 존중하라는 내용도 하달됐다고 밝혔다.
군당국이 하달한 내용중에는 ▲현지 아랍인들이 먼저 꺼낸 말을 중심으로 대화를 이끌어가되 여자에 대한 질문은 절대 삼가라 ▲아랍여자를 빤히 쳐다보거나 말을 걸지말라등이 포함돼 있다.
관계자들은 특히 말이 서로 통하지 않는 상태에서 제스처에서 서로 오해를 살 여지가 많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데,예를 들면 아랍 문화권에서는 오른쪽 주먹을 왼쪽 손바닥에 치는 것은 통상 외설이나 경멸을 나타내고 오른쪽 손바닥을 가슴에 갖다대는 것은 존경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한다.
또 서방국가에서 자주 사용되는 OㆍK사인이 아랍세계에서는 「악마의 눈」이라는 뜻으로 저주를 상징하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화학전 대피요령 소개
○…사우디동부 다란지방에서는 이라크군이 화학무기로 공격할 경우 행동요령을 적은 전단이 슈퍼마킷등지에 나붙었다고 주민들이 15일 소개.
이 전단에는 『바깥에 나가면 죽는다』 『공기가 새는 실내에 있을 경우에는 아무것도 하지말고 에어컨을 끈채 얼굴 전체를 젖은 수건으로 감쌀 것』 『공기를 많이 마시지 않기위해 가능한한 쉴 것』 『공기는 한두시간이 지나면 흩어진다』 『최상의 방도는 빈틈없는 실내에 머무르는 것』등의 행동요령이 적혀있다는 것.<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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