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KBS '연예가중계' 박태호 PD, 진행자 데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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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색 맞추기 위해 사람만 바꾸는 것 아니에요. 형식부터 철학까지 대수술하는 겁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전 성공을 확신합니다."

KBS 연예정보 프로그램인 '연예가중계'의 박태호(43) 책임PD는 요즘 방송가에서 주목받는 인물이다. 기획.연출로는 성이 안 찼는지 아예 진행자로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그는 다음달 8일부터 방송인 이소라씨와 함께 이 프로그램의 MC로 데뷔한다. '추적 60분'등 시사 프로그램의 전례가 있지만 예능 프로에서 연출자가 직접 진행을 맡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경험이 없어 떨리고 부담스럽죠. 게다가 시청자들이 즐거워할 만큼 미남도 아닌데. 하지만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연예가중계'의 변신엔 11월 프로그램 개편에서 '공영성'을 화두로 내세운 KBS의 고민이 묻어 있다. 그간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말초적 호기심만 자극하고 연예인의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 온 연예정보 프로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그리고 타개책으로 불혹을 넘긴 연출자가 직접 마이크를 잡게 됐다.

"'아니면 말고'식 보도는 철저히 지양할 겁니다. 스타의 시시콜콜한 사생활 보도도요."

대신 사실에 입각한 깊이 있는 기획취재가 주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예를 들면 이니셜만 난무하는 방송이 아니라 소문의 당사자를 직접 출연시켜 진상을 확인하고, 평론가들을 통해 균형 잡힌 시각도 제공한다. 인터넷이나 스포츠신문 등에 나온 소문을 확대 재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한차례 거른 '검증된'내용을 알리겠다는 취지다. 또 방송.영화.문화계 등 섹션별로 아이템을 전문화해 다양한 정보와 이슈를 전달할 방침이다. 반면 노골적으로 광고주를 띄워주는 CF 현장이나 무의미한 연예인 사생활 보도는 철저히 배제키로 했다.

물론 위험 요소는 있다. 가벼운 가십성 보도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끌어들이는 일이다. 이에 대해 박PD는 처음엔 낯설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생각이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연예정보에 관심이 많잖아요? 사실에 입각한 정보를 전달한다면 오히려 호응이 클 것으로 확신해요. 벌써부터 사내외에서 격려가 많답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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