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바다-감태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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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슬 하나
작은 이슬 하나
마음에 바다가 있으니
물결 푸른 바다가 있으니
큰 물을 바라지 않고
부러워하지도 않는다
몸은 비록 영롱하지 않고
여기저기 실금이 갔지만
끝이 안 보이는 마음에 꿈을 퍼담고
꿈이 모자라면
푸른 물감 푼 물을 섞어
바다를 만들었으니
꿈에 물 섞었다고
소한테 물 먹이듯이
꿈한테 물 먹였다고는
하지 말라
꿈이란 때로
물에 타서 마시기도 하는 것
이슬 있는 곳에 바다가 있고
이슬 가는 길에 바다가 간다
더위 먹은 사람이
마음속에까지 땀 흘리는 것은
바다가 보이지 않거나
메말랐기 때문이다
여름이 곧
찬바람을 뿌리며 돌아설지라도
반가울 리 없는 것은
이슬 하나
마음에 바다가 있으니
물결 푸른 바다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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