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는 황금빛 가을 '곶감기업'이 주렁주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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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상주는 요즘 곶감의 계절-. 농민들이 껍질을 깎은 감을 말리기 위해 감타래에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이 감은 45일 정도 지나면 곶감이 된다. 상주=조문규 기자

기계를 이용해 감 껍질을 깎고 있는 모습.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을 전후해 상주에서는 곶감을 만드느라 눈코 뜰 새 없습니다."

24일 오후 경북 상주시 서곡동의 한 곶감 생산 업체. 주부 6명이 감 깎는 기계에 생감(상주 둥시)을 꽂고 버튼을 누르자 회전하는 칼이 순식간에 껍질을 벗겨낸다. 다른 주부는 이 감을 주워 마무리 손질을 한다. 남자 인부는 껍질이 벗겨진 감을 건조장으로 옮긴다. 그러곤 높이 2m가량의 감타래(행어.hanger)에 매단다. 300여 평 넓이의 건조장이 감으로 채워지면서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이 감은 35~60일 뒤 반쯤 말라 말랑말랑한 주홍빛 반건시(半乾枾)나 건시(乾枾) 가 된다. 업체 박경화(52) 대표는 "올해 곶감 100만 개를 생산하기 위해 매일 인부 40명을 동원해 25일간 작업할 예정이지만 숙련된 인부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곶감 판매로 연간 1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 "첨단 건조장서 대량생산"=예전에는 손으로 감 껍질을 깎아 말렸으나 요즘은 자동.반자동 기계로 대량으로 깎고 첨단 건조장에서 말리는 '기업형 곶감 생산'이 크게 늘어났다. 이에 따라 상주 남장동과 외남.내서면 일대에는 최신식 건조장이 많다.

플라스틱 감타래가 길고 촘촘하게 설치된 건조장엔 습도 조절을 위한 선풍기와 온풍기가 가동되고, 음이온과 오존으로 살균한다. 바닥에는 시멘트와 우레탄을 깔아 놓아 깨끗하다. 곶감의 청결과 부패 방지를 위해서다. 도난방지용 보안장치도 기본이다.

상주에는 30만 개 이상 곶감을 생산하는 이런 기업형 농가가 전체 곶감 농가(1100여 곳)의 10%인 100여 곳에 이른다. 이들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갖추고 택배를 하거나 할인점.TV 홈쇼핑에 납품한다. 일반 농가에서 대량으로 곶감을 사들여 자신들이 재판매하기도 한다.

상주시 관계자는 "한 해 매출이 70억원이나 되는 농가도 있다"고 귀띔했다. 곶감이 벼농사보다 수입이 좋다고 알려지면서 상주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감 재배 면적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에 곶감 생산량도 매년 20% 증가하고 있다.

◆ "지역경제에 효자"=24일 상주의 3개 감 공판장에는 감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선별기가 끊임없이 돌아가며 자동으로 감 크기를 분류, 상자에 떨어뜨린다. 모두 곶감 생산 농가에 팔려나간다. 공판장 입구에는 감을 실은 농민들의 경운기.트럭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17상자(1상자 25㎏)를 싣고 나온 김점희(69)씨는 "50그루에서 300만원어치의 감을 생산한다"며 "쌀 생산보다 수입이 좋아 재배면적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병충해 등으로 생감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20~30% 줄어들면서 가격은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다. 지난해 1등급 25㎏이 6만5000원 수준이었으나 이날은 9만5000원에 팔렸다. 매년 120만 개의 곶감을 생산하는 전용하(57)씨는 "곶감이 비싸져 소비가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2만7000평에서 수확한 감이 모자라 1만 상자를 더 구입해 곶감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상주에서 생산된 곶감은 전국 생산량의 60%인 5600t(판매액 640억원), 생감 생산량은 1만4000여t(판매액 230억원)이나 된다.

상주시 이윤택(49) 곶감담당은 "인건비 등을 포함하면 곶감에 의한 상주지역 경제효과가 연간 1000억원이 넘는다. 곶감은 쌀.누에와 함께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효자"라고 말했다.

상주=황선윤 기자<suyohwa@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 상주곶감=상주는 비옥하고 배수가 잘 되는 토양과 온화한 기후(연평균 11.9도)로 감 재배 적지로 꼽힌다. 서쪽이 높고 동남쪽으로 낮아지는 지형이어서 곶감 건조에 좋다고 한다. 상주 곶감은 전국 생산량의 60%를 차지한다. '곶감 경제효과'는 연간 1000억여원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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