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아이들보면 뿌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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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 직원들이 21일 정신지체아동과 함께 서울 삼성산 산행을 하고 있다.

21일 오전 서울 관악구 삼성산엔 손을 맞잡은 등산객들이 줄을 이었다. 삼성전기 소속 자원봉사자 28명이 정신지체 특수학교인 서울 정문학교 학생 200여명과 함께 산행활동을 하는 것이다.

비장애인과의 접촉 기회가 많지 않은 정문학교 학생들에겐 누군가와 손 잡고 얘기를 나누며 걷는 것 자체가 소중한 경험이다.

"산에 오니까 좋아요. 자주 놀러오세요." 박수현(13.여)양이 삼성전기 박현주(여) 사원의 손을 꼭 잡고 얘기했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박씨의 손을 잡은 수현 양은 산행 내내 놓지 않았다. 문재호 상무와 짝이 된 김진복(13)군도 박수를 치며 "아, 좋다!"를 연발했다.

장애학생과의 산행은 쉬운 일만은 아니다. 중간에 힘들다고 주저 앉는 학생, 대열을 이탈하는 학생, 보행 능력이 떨어져 넘어지는 학생…. 이들을 부축하고 이끄는 게 자원봉사자들의 몫이다. 윤성호 상무는 친구들보다 앞서 가려고 자꾸 달려가는 남구겸(13)군을 붙잡아 천천히 걸어가게 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청각장애로 말을 못하는 김동민(13)군의 손을 잡은 박혜진(여) 씨는 대화를 나누는 대신 땀을 흘리는 김군의 얼굴에 연신 부채질을 해줬다.

삼성전기에서는 올 5월부터 매달 한번씩 희망 직원들의 신청을 받아 정문학교를 방문, 산행 자원봉사를 한다. 이날이 세번째 봉사라는 김성규씨는 "처음 왔을 땐 장애학생들에 대해 어색한 마음도 있었지만 두시간 동안 같이 얘기하고 땀 흘리며 산을 오르내리자 금세 서로 가까워지게 됐다"며 "기회가 된다면 다음엔 자녀들과도 함께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문학교 최정미 교사는 "평소 운동량이 적은 장애학생들의 근력 발달을 위해 산행활동을 한다"며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산행활동에 자원봉사자들은 필수"라고 말했다. 이날의 산행은 두시간이 넘게 걸렸다. 일반인들과 비교하면 두배 정도 걸렸지만 그만큼 의미있는 산행으로 기억될 시간이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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