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전기공사 '기술자 의원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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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노영민 의원(右)이 21일 청주시 운천주공아파트 경로당에서 전기공사협회 충북지회 소속 자원봉사요원들과 함께 낡은 형광등을 교체하고 있다. 청주=프리랜서 김성태

"의원님 덕분에 어둠침침했던 경로당이 훤해졌어요."

21일 오전 10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운천동 운천주공아파트 경로당. 1200여 가구의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경로당에 전기기술자 6~7명이 사다리와 형광등 10여개.전선 등 작업도구를 들고 나타났다. 흥덕구가 지역구인 열린우리당 노영민(49)의원과 한국전기공사협회 충북지회 소속 자원봉사요원들이다.

이들은 사다리에 올라가 전기드릴로 나사를 빼낸 뒤 형광등 세트 8개를 모두 떼어냈다. 이어 니퍼로 전선 피복을 벗겨내고 새 형광등 세트에 연결해 천장에 매달았다. 10여개 콘센트와 스위치도 새 것으로 교체한뒤 전기안전점검까지 마쳤다.

공사를 마치고 스위치를 올리자 노인들의 표정이 환해졌다. 30여평 규모의 경로당은 지은지 20여년이 지났으나 배전 등 전기 시설은 거의 그대로였다고 한다. 형광등도 제 때 교체하지 않아 경로당안은 어두웠다. 전선은 제대로 고정이 되지 않아 합선으로 인한 화재 위험까지 안고 있었다.

김계순(69)할머니는 "국회의원이 직접 형광등까지 갈아줘 놀랐다"며 "경로당을 새로 지은 것 같다"고 좋아했다. 노 의원은 국회의원 299명 가운데 유일하게 전기기사자격증(특급)을 갖고 있다. 연세대 경영학과에 재학중이던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혐의로 제적된 뒤 노동현장에서 전기기술을 배웠다.

그는 "생계수단으로 전기기사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말했다. 84년부터 99년까지 청주에서 전기설비업체를 운영하기도 했다.

노 의원은 20여년 전부터 서울.청주 등에서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왔다. 사회복지시설 등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전기기술은 '소금' 역할을 했다.

지난해에는 중앙일보와 한국자원봉사협의회.SBS가 공동 주최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1+1자원봉사'에 서약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번 봉사활동은 노의원이 전기공사협회 충북도회에 "나도 전기에 대해 잘 알고 있으니 봉사활동을 같이 해보자"고 제안해 성사됐다. 전기공사협회 충북도회는 매월 한두차례 전기시설 관련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노 의원은 "자원봉사는 보람과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며 "자원봉사 확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청주=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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