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원유확보 “비상”/모자라는 양 어떻게 메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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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유사들 현물시장서 추가로 살 계획/도입선 전환ㆍ절약통해 「장기화」에 대비
이라크ㆍ쿠웨이트사태가 장기화조짐을 보임에 따라 가장 급해진 문제는 원유확보다.
동자부는 당초 이번 사태가 이라크ㆍ쿠웨이트사이의 현격한 힘 차이로 단기에 진정될 것으로 비교적 낙관해왔다.
그러나 이라크가 사우디 접경지대에 군대를 증파하고 터키를 통과하는 자국송유관 2개라인중 1개를 폐쇄하는등 상황은 악화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OPEC(석유수출국기구)가 과잉생산을 해왔다 하나 그 물량은 최대 3백50만배럴(중동경제조사지)에 불과하다.
반면 이라크ㆍ쿠웨이트,또 이라크가 점령중인 중립지대의 생산물량은 5백50만배럴에 달하고 있다.
생산확대 능력이 있는 사우디등 다른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은 이라크의 무력을 의식,선뜻 생산량확대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따라 이미 국제유가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으며 만약 이번 사태가 더욱 확대ㆍ장기화돼 일단 대이라크 금수등에 나서고 있는 서방국가들이 원유확보경쟁에 나서기 시작한다면 문제는 걷잡을 수 없게 번질 수도 있다.
더욱 문제되는 것은 이번 사태가 그렇지 않아도 서방국가들이 성수기를 맞는 시점에서 일어났다는 것이다.
서방세계가 상업목적으로 갖고 있는 육상재고는 32억6천만배럴로 정상수요로는 62일분에 해당된다. 그러나 가수요가 본격적으로 일면 이같은 재고분은 훨씬 빨리 소진될 수밖에 없다.
수급차질은 불과 몇백만배럴로 빚어질 수 있다.
동자부는 사태초기까지만 해도 현재 3천9백80만배럴에 이르는 정부비축물량을 풀 경우 하루 7만5천배럴(장기계약기준 쿠웨이트 5만5천,이라크 2만배럴) 수준인 이들 두 나라로부터의 도입이 완전히 끊기더라도 3백48일간은 메워갈 수 있다며 수급상 전혀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았으나 이제는 당장 연말까지의 수급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동자부 추산으로는 이라크ㆍ쿠웨이트에서의 도입이 연말까지 중단될 경우 원유부족 물량은 총 1천3백60만배럴 규모다.
대책안이 상정하고 있는 보충방법은 이렇다.
우선 국내업체들이 개발에 성공해 할당량을 현지 처분하고 있는 북예멘 마리브유전의 약 2만2천배럴과 이집트 칼다유전의 3천배럴(하루기준)을 그대로 국내반입하고 하반기중 정식계약 예정인 리비아와 멕시코로부터 정책적으로 들여올 원유 2만5천배럴을 조기에 들여오도록 한다는 것.
나머지 부족물량 하루 2만5천배럴은 정유사들로 하여금 현물시장에서 추가로 사들이게 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경우 현물시장가가 이미 배럴당 22∼27달러로 치솟아 정유사들은 막대한 자금부담을 안아야 한다.
사태장기화전망에 따른 정부의 대응변화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비축원유의 방출시기 문제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극동정유는 지난 3일 선적 예정이던 쿠웨이트산 원유를 들여오지 못함에 따라 생긴 1백30만배럴의 차질물량에 대해 정부비축유 대여를 요청하고 있으나 동자부는 아직 방침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당초 도입차질분에 대해 비축유를 풀어 메우겠다던 동자부방침이 이렇게 유보된 데는 이번 사태의 장기화로 최근의 유가급등세가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그렇다면 일찍부터 비축유를 방출해 앞으로 버텨갈 여력을 줄여가기 보다는 일단 민간정유사들의 현물시장도입,도입선전환 등을 최대한 독려해 좀더 시간을 벌어두자는 계산이다.
우리나라의 전체 에너지소비중 53%(90년 상반기)를 차지하고 있는 석유류의 수급차질은 경제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대책은 어떻게든 수급균형을 맞추는 데 모아질 수밖에 없다.
정부도 공급선을 전환하거나 현물시장의 도입을 확대,공급여력을 확보하고 유가조절이나 강도높은 에너지절약시책으로 수요를 줄이는등 수요ㆍ공급 양쪽에서 대책을 마련,「장기전」의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박신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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