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개입 부를 「확전」 꺼린다/후세인,사우디도 침공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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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협상때 실익 노린 시위용인 듯/송유관 보호 명분 진공할지도
이라크가 쿠웨트의 강점을 풀 기미가 없는데다 오히려 사우디에 대한 무력시위를 날로 가중시키고 있어 이라크의 사우디침공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일단 침공을 강행할 경우 미국의 개입등 전면적인 확전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팽배히지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는 전투사단 증설및 주민소개훈련까지 펴고 있어 이라크의 금후조치가 주목되고 있다.
이라크가 쿠웨이트에 이어 사우디에 대해서도 또다시 침공을 감행할지 모른다는 추측은 이라크의 송유관및 페르시아만 제해권의 확보가 절실하다는 데 근거가 있다.
이에따라 이라크는 자국의 생명선이라 할 수도 있는 사우디영내 통과 송유관의 보호를 명분으로 삼아 진공을 단행할지 모른다.
군사관계전문가들은 거대한 사막,사우디군의 저항이라는 난관이 있지만 사막전에 유리한 전차를 앞세워 밀고들어간다면 전장 9백50㎞에 달하는 송유관 주변지역의 점거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경우 이라크는 미국등 전세계로부터의 총반격을 감수해야 하지만 속전속결로 해치울때 단기적인 승리는 가능하다.
또다른 가능성은 사우디를 침공하기 보다는 「경유」해 아랍에미리트ㆍ바레인ㆍ카타르 등의 진입에 나서는 상황이다.
미국 왕립전략문제연구소가 최근 추정한 것에 따르면 이라크군이 1개 기갑사단ㆍ1개 공정사단및 2개 지상군전투사단을 동원할 경우 24시간내에 완전접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라크가 위험을 무릅쓰고 또다시 페르시아만 연안 소국들을 장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까닭은 차제에 이 해역에서의 안전운항을 위한 교두보확보의 필요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라크의 이미 「현금」과 다름없는 쿠웨이트를 수중에 넣었지만 타국을 경유하는 원유수송에 늘 부담을 가져왔고 특히 전후복구에 있어 거의 모든 도입물자를 해상운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 이 기회에 페르시아만 일대를 제패하고 싶은 욕심을 충족시키려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같은 배경에서 재침공의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관측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이라크가 더이상의 확전은 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이라크의 야욕에 제동을 걸고있는 첫째 요인은 물론 미국의 군사개입이다.
만약 이라크가 2차 침공을 감행한다면 즉각 나올 수 있는 미국의 대응은 키신저 전국무장관이 6일 지적한 대로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봉쇄조치다.
미국은 지상군 투입을 하려들 경우 최소한 20만명 이상을 동원해야 함은 물론,사상자를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부담이 크므로 주저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호르무즈해협과 사우디ㆍ터키경유 송유관의 폐쇄조치정도만 취해지더라도 이라크가 입는 타격은 치명적이다.
국가수입의 90%를 점하는 원유수출이 막히면 막대한 전비를 조달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라크가 안고 있는 문제점중의 또하나는 외형상 물량은 막강하지만 무기체계가 지나치게 다원화 돼있어 종합전력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이라크는 미사일체계는 소련과 프랑스제,전차는 소련과 미국산이 혼재돼 있으며 개인화기는 심지어 이스라엘제까지 섞여있을 만큼 통일성이 결여돼있다.
이라크 경제 역시 대규모ㆍ장기전을 감내하기에는 어려움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소비재에 대한 서방국들의 금수만 효과적으로 가해져도 2개월을 못버틸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특히 이라크 본토가 폭격을 당해 전력공급이 중단되면 이라크의 지구력은 현저히 떨어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같은 요소들을 종합해볼때 이라크가 요르단을 통해 『사우디침공 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있는 것은 비교적 믿을 만하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이라크는 무모한 확전을 시도치 않더라도 현상태에서 협상만 잘해나가면 상당한 실리확보가 보장돼있는 것이다.
예를들어 유가를 보면 사태전 배럴당 14∼15달러를 맴돌던 것이 이제는 25달러를 웃돌만큼 유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따라서 이라크는 쿠웨이트의 산유를 전면 중단시킨 것과 같은 조치를 통해 원유생산을 통제하고 나아가 앞으로의 협상과정에서 OPEC의 총 산유량과 산유쿼타의 재조정을 꾀하는등 실리쪽을 택할 공산이 큰 것이다.<김용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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