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군­진군 안개속 전운/「후세인의 쿠웨이트」 혼미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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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방 집중공세에 장기전 태세
쿠웨이트를 강점하고 있던 이라크군이 5일부터 부분적인 철군을 개시하는 동시에 사우디 국경지대에 대해서는 오히려 병력을 증강하고 있고 이에맞서 사우디도 침공에 대비,군사력을 국경에 배치해 페르시아만사태는 계속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라크는 이날 오전 8시(현지시간) 당초 발표한 대로 탱크및 지대지미사일등을 포함한 병력 일부를 쿠웨이트로부터 자국 국경쪽으로 이동시켰다.
이라크는 그러나 철군에 앞서 침공군의 주력을 야간을 이용해 남진,사우디국경에 집결시키는 한편 접경지역에 진지구축을 강화함으로써 사우디침공의 가능성을 배제시키지 않고 있다.
이라크는 철군을 시작하면서 이같은 조치가 「쿠웨이트 임시정부」와의 협의에 따른 것이라고 발표,이미 쿠웨이트내에 확실한 「거점」을 구축해 놓았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라크가 부분적이나마 철군을 개시한 것은 몇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분석해볼 수 있다.
첫째,이라크는 미ㆍ소를 비롯한 서방국들이 예상보다 신속하고 강경하게 대이라크 봉쇄조치를 취해나가는 것에 내심 놀란 것 같다.
특히 자국과는 오랜 우방인 소련이 전례없이 미국과 공동보조를 취하면서 「즉각철군」을 종용한 데 대해 커다란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둘째,서방국들의 잇따른 자산동결조치및 원유수입금지,나아가 사우디ㆍ터키 등을 경유하는 송유관 폐쇄위협도 이라크로서는 외면키 어려운 부담이다.
이라크의 사우디 압박은 침공목적보다는 송유관을 막지 못하게 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있으며 터키에 대해서도 이라크측은 5일 특사를 파견,협조를 요청할 만큼 송유관 폐쇄는 이라크의 목줄을 죄는 제어판의 구실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소련및 서방국들의 무기금수는 이미 이라크가 지난 5∼6년사이에 걸쳐 4백30억달러에 달하는 무기를 구입,충분한 물량을 확보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큰 영향을 못끼친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이라크내에 반후세인 쿠데타 음모가 있어 철군을 재촉했다는 추측도 있지만 그 진위여부는 확인이 안되고 있다.
이라크는 결국 미ㆍ소를 비롯한 서방국들의 집중공세의 예봉을 일단 피하고 다음 쿠웨이트에 세운 괴뢰정부를 통해 사실상 지배및 목적관철을 꾀하겠다는 장기전의 일환으로 부분철군의 「생색」을 냈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앞으로의 쿠웨이트 사태해결에 있어 새로운 변수는 이라크에 의해 세워진 「쿠웨이트 자유정부」다.
결론적으로 앞으로의 쿠웨이트사태는 사우디등 주변국에 대한 무력시위와 강점한 쿠웨이트 카드를 철군과 연계시켜 자국에 유리하게 이끌어 나가려는 이라크의 의도에 대해 미국등 관계국들이 어떠한 단호한 자세로 대응해 나가느냐는 데에 달려있다고 보겠다.<김용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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