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 창고 근무 장임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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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피서요? 여기보다 더 시원한 곳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요.』
전국적으로 낮 최고기온이 섭씨35도를 오르내리는 찜통더위 속에서도 더위를 모른 채 겨울을 사는 사람이 있다.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려 있고 하얀 서리가 두껍게 끼어 있는, 영하 20도를 웃도는 냉장 창고에서 일하는 장임찬씨 (38·서울 노량진수산시장 한국 냉장 보관과)는 추위를 이기기 위해 겨울내의·파카 등 여섯겹의 옷을 껴입고 거기에다 방한모·방한화까지 「완전 무장」 한 모습이 흡사 에스키모인 같다. 「극지방」과 「열대지방」을 하루에도 수십차례씩 넘나드는 장씨는 창고에서 나와도 체온 유지를 위해 파카만 벗고 겨울옷을 그대로 입고 있다.
올해로 11년째, 하루에 적게는 50t, 많게는 1백t의 물건을 지게차로 실어나르는 장씨는 『처음에는 기온차로 인해 감기를 자주 앓는 등 건강이 좋지 않아 창고 안으로 들어가기가 두려웠는데 지금은 적응이 돼 괜찮다』고 했다.
약 2백50평의 「거대한 냉장고」 안은 방한복 없이 들어가면 1분도 채 못돼 코·귀·발까지 시리고 양 어금니까지 부딪칠 정도로 추운 곳이지만 장씨는 이곳에서 하루 8시간 일한다.
『창고안과 밖의 급격한 기온 변화 때문에 많은 인내가 요구되는 직업이죠. 남자라면 한번쯤 해볼만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글 정재헌 기자 사진 오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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