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파제용 콘크리트로 1만여 명 시위대 막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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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저지 시위대가 회의장에 접근하기 위해 23일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동 제주 컨벤션센터 부근 바다를 헤엄쳐 건넜으나 경찰이 막고 있다. 서귀포=박종근 기자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일대는 23일 하루종일 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중문단지 내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미 FTA 4차 협상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 때문이다. 많은 제주도민은 폭력시위가 발생해 '휴양 관광지' 제주의 이미지가 나빠질까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 1만여 시위대 vs 8000여 경찰 대치=동부산업도로나 5.16도로, 서부관광도로 등 제주도 내 주요 도로는 FTA 저지 운동본부 측이 달아 놓은 노란색 깃발로 뒤덮였다.

이날 시위는 오전부터 밤 늦게까지 회담장 주변뿐 아니라 해상에서 벌어졌다. 현지 농민의 합류로 한때 1만1000여 명까지 늘어난 시위대는 협상장 진입을 시도했으나 경찰의 제지로 무산됐다. 현지 어민 32명은 어선 25척을 몰고 중문단지 앞 바다에서 해상시위를 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투석 등 폭력 행위가 있었으나 큰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 오종렬 민중연대 대표, 양윤모 영화평론가 협회장 등 20여 명은 기자회견에서 "국민 대다수를 죽음으로 내모는 한.미 FTA 협상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협상장 주변에 80여 개 중대 8000여 명을 배치하고, 중문관광단지 입구에 방파제용 삼각 콘크리트와 철제 컨테이너를 쌓아 시위대의 진입을 막았다(사진).

◆ 관광객과 주민 불편 겪어=중문단지 일대는 시위대와 경찰이 대립하면서 극심한 교통 체증에 시달렸다. 관광객과 주민들의 불편이 컸다.

중문단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임모(53.여)씨는 "오늘 단체관광 손님을 한 번도 받지 못해 피해가 크다"며 "조용하던 제주에 날벼락이 떨어진 느낌"이라 말했다. 회사원 좌미순(25.여)씨는 "제주도에 농민이 많기 때문에 FTA를 꺼리는 정서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폭력시위라도 생기면 제주도 이미지가 크게 훼손될 것 같다"고 걱정했다.

택시기사 오원형(53)씨도 "가을이라 관광객이 한창 몰리는 시즌인데 느닷없는 대규모 시위가 지역경제에 찬물을 끼얹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제주=권호 기자<gnomon@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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