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락 <서울 인사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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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서예가 여초 김응현 선생을 만나 식사를 할 때면 으레 찾게되는 음식점이 동락 ((738)0029)이다.
여초 선생은 화학조미료 냄새만 맡아도 고개를 돌릴 정도로 음식에 엄격하신 분이다.
동락은 바로 화학조미료와 설탕을 전혀 사용치 않고 음식 재료 고유의 성분을 살려 자연스런 맛을 내는 한식집이다.
이 때문에 여초 선생을 만날 때 외에도 인사동에 들를 때면 나도 모르게 발길이 저절로 그 집으로 향하게된다.
인사동 네거리에서 종로2가 쪽으로 가다 보면 오른편에 현대침구가 있고 바로 옆 골목을 끼고 몇발짝 들어서면 왼편에 보이는 한옥이 바로 동락이다.
이곳은 철 따라 그때그때 먹을 수 있는 싱그럽고 새로운 음식을 마련해 손님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재래식으로 손수 만든 두부와 비지가 일미다. 김치의 종류가 다양한 적도 빼놓을 수 없다.
주인 양귀모씨가 이른 새벽 직접 장을 보아 마련하며 우리 전통 음식의 맛을 즐길 수 있게 그 방면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식단을 마련한다고 한다.
맛을 찾아 전국을 누빈 백파 홍성유씨도 이미 이 음식점을 찾은바 있고 그 맛을 인정해 자신의 저서에 언급하고 있다.
음식을 먹을 때 반주가 없어서는 섭섭하다. 여초 선생과 나는 이 집에 들를 때면 늘 고량주를 중탕으로 따끈하게 데워 한사람에 한병씩 곁들인다. 그러면 없던 화제가 저절로 생기 고 흥이나니 그날 하루가 즐겁다.
따끈하게 데운 술은 그 뒤가 매우 깨끗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좋은 음식에 좋은 벗, 그리고 좋은 술. 이렇게 적다보니 삼락이 되는데, 동락이라는 이름은 사람과 더불어 즐겁게라는 이른바 여인동락하자는 뜻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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