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약이냐, 독이냐 … 임금 피크제 하기 나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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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준비 없으면 실패하기 십상=서울신문사는 지난해 7월 51세부터 임금을 단계적으로 인하하는 것을 뼈대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대상자들의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고 충성도가 하락하는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이 교수는 "고령 근로자에게 성취감을 느끼면서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 주지 않아 '정년 때까지 적당히 일하겠다'는 생각이 퍼진 것"이라고 말했다. 임금피크제 대상 근로자가 신분만 바뀐 채 예전에 하던 일을 그대로 하고 있는 한국감정원도 마찬가지 고민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 구성원 간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제도를 도입한 한국농촌공사.우리은행 등은 공감대 부족으로 고령 직원과 후배 직원 간 괴리감이 생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대우조선해양의 경우는 2004년 2월 일단 관리직만을 대상으로 52세를 정점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이 회사 윤석용 인사담당 이사는 "생산직도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돼 임금피크제 도입이 필요하지만 노조 동의를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다"며 "무리하게 도입해선 부작용이 있는 만큼 현 정년(58세) 임금을 피크로 하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노사 합의와 직무 개발이 정착의 조건=대한전선은 2003년 11월 제조업체로는 처음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이 회사 이광석 상무는 "전선 산업은 인건비가 경쟁력을 좌우하는데 중국 등 후발국의 추격으로 공장을 해외로 이전해야 할 상황이었다"며 "노사가 함께 고민하던 중 노조에서 먼저 임금피크제를 제안해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당시 임금이 10% 정도 깎이는 고통을 감수했다.

이에 대한 화답으로 회사 측은 모든 경영 정보를 공개하는 한편, 지난해 6월엔 회사의 성장 혜택을 공유하자는 취지로 '종업원 지주제'를 도입했다. 또 지난해 12월엔 정년을 만 57세에서 만 59세로 연장했다. 이 상무는 "제도 도입 당시 일부는 퇴직하는 등 반발도 없지 않았지만 지금은 대체로 만족해하는 분위기"라며 "임금만 깎으려 해선 안 되고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55세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 신용보증기금은 고령 직원에게 경험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채권추심, 소송 수행, 컨설팅, 연수원 교육 업무 등을 맡김으로써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기업은행 등도 고령 직원에게 적합한 직무를 개발함으로써 임금피크제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차진용.김영훈 기자

*** 바로잡습니다

10월 24일자 E1면 커버스토리 기사에서 '서울보증기금'을 '신용보증기금'으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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