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신화' 역이민 '한국 갑니다'···SYK대표 스티브 김 '한국에서 자녀 키우고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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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8월께 한국으로 이주할 계획인 스티브 김씨 일가족이 집마당에 놓인 미끄럼틀에서 단란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벤처 신화로 한인사회에서 손꼽히는 억만장자 '벤처 갑부'의 반열에 올랐던 '자일랜 신화'의 주역 스티브 김(알카텔 벤처스.SYK 글로벌 대표)이 한국으로 돌아간다.

비즈니스성 회유가 아니라 아내와 세 아이들을 데리고 완전히 삶의 터전을 옮기는 역 이민성 귀국이다.

스티브 김이 '한국으로 이주할 것'이라는 소문은 사실 몇달 전부터 주변에서 슬슬 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간다더라' 하는 소문을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같이 '그럴리가'였다.

이민자라는 명칭이 어색할 정도로 미국에서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탄탄하게 서있는 그가 왜 가겠느냐 것이 귀국설을 믿으려하지 않는 이유다.

그런데 이 소식은 뜬소문이 아닌 사실이었다.

"내년 여름 8월경"이라고 시기까지 알려주면서 김회장은 한국으로 이주할 것이라고 확실하게 밝혔다.

"지난해 잠실에 아파트를 하나 샀거든요. 한국을 자주 드나드니까 갈 때마다 호텔에 있기도 불편하고 해서 구입한 건데. 주변에서는 그때부터 한국 가려고 마음 먹었던 거 아니냐고들 하는데 그건 아닙니다."

마음을 굳힌 것은 올 여름. 아내 로빈 김(45.한국명 화진)의 제의가 도화선이 됐다고 한다. 한국을 오갈 때 마다 다이내믹하게 변해가는 모습과 친절하고 깨끗해지는 모국에 마음이 끌리기 시작하던 차 였는데 아내 로빈이 심지에 불을 붙였다.

"아이들 데리고 한국 가서 살래요?"

로빈은 세 아이(세리 8세 영현 7세 세영 5세)를 낳아 키우는 동안 우리의 전통과 문화 속에서 한국말 가르치며 살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고 한다. 아이덴티티와 자신감 확립 같은 삶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심어주고 싶어서였다.

장학. 복지사업으로 한국과 중국을 바쁘게 드나들어야 했을 뿐 아니라 주민 돕는 일로 북한까지 다니게 되었던 김회장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제의였다. 중국 북한을 다니는 데는 미국보다 한국이 편리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두 사람 뜻이 모아지면서 스티브 김 부부의 한국행 계획은 구체화 됐다.

결정을 내리면 지체 없이 실행에 옮기는 김회장은 곧 벨 에어 인근 홈비 힐스에 자리잡고 있는 1에이커 대지의 자택을 내놓았다. 그의 한국이주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자선 음악회’도 열고 미국인 초대해 국악연주회도 여는 등 아름다운 추억이 서려있는데다 구석 구석 장식해가며 아꼈던 집이라 로빈은 집을 내놓고 한참 섭섭했다.

“다들 미국에 와서 아이들 교육 시키려 야단들인데 왜 가느냐고 의아해 해요. 하지만 한국에서 미국 이민오듯 미국에서 한국 가는 것도 폭넓은 의미로는 산교육의 시작 아니겠어요?”

한국에 가서도 김회장은 할일이 많다.

그동안 해온 컨설팅 투자기업 ‘SYK 글로벌’을 운영하고, 학교와 세미나에서 비즈니스 강연도 하고 자선사업도 해야 하고. 무엇보다 요즘은 30년 동안 잃고 살았던 모국과 흠씬 사랑에 빠질 일에 상상만으로도 바쁘다.

“아이들은 일단 국제 학교 보내면서 한국어 열심히 배우게 해야지요. 목적이 교육이니까요.”

뉴욕대 법대 대학원을 졸업한 후 자일렌에서 법무 계약 담당 변호사로 일했던 로빈은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한국법을 공부, 사회사업을 하고 싶다는 꿈을 꾼다.

“하여간 좋네요.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하니까요.”

주거지는 옮겨도 부부가 함께 일하는 한미음악재단(KIMF) 미술재단(KAFA) 등의 활동은 계속할 예정이다. 김회장 부부가 요즘 콘도를 찾느라 열심인 것도 그래서다. 아직은 미국에도 마음이 남아있어서.

스티브 김은 누구인가

스티브 김(김윤종·56)은 1973년 서강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1976년 도미 캘스테이트 LA에서 정보 통신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84년에 파이버먹스사(Fibermux Corp)를 창업 광섬유 네트워킹 선도기업으로 키운 후 1991년 5400만달러에 매각했다. 1993년 대기업에 컴퓨터 네트워킹 시스템을 제작, 제공하는 자일랜사(Xylan Corp.)를 창업, 업계 선두기업으로 성장시키면서 ‘자일랜 신화’의 주역이 됐다.

1999년 자앨랜을 프랑스 알카텔(Alcatel)에 20억달러에 매각했으며 2000년 하이텍 기업들의 투자와 경영을 지원하는 알카텔 벤처스사를 창업 운영해 오고 있다.

현재는 컨설팅 투자 회사인 SYK 글로벌 대표로 알카텔 벤처스의 매니징 파트너이고 뉴 커머셜 캐피틀 금융의 이사장이며 샌타 클라리타의 로빈슨 랜치 골프장의 매니징 파트너로 사업 활동을 하고 있다.

유이나 기자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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