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차 없는 날' 캠페인 50만 명 넘는 도시로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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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유럽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는 '차 없는 날(Car Free Day)' 운동에 중국정부도 동참키로 했다. 9월 22일로 지정된 '세계 차 없는 날' 행사에는 전 세계 40여 개국 1500여 도시가 참여하고 있다.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자동차가 크게 늘고 있는 인구 13억의 중국이 이 운동에 적극 참여하게 되면 대기오염과 교통체증을 줄이기 위해 시작된 '차 없는 날' 행사가 큰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영자지 차이나 데일리는 21일 중국 건설부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앞으로 매년 9월 중 하루를 골라 도시 내 특정 구역에서 차량 운행을 금지하는 '차 없는 날' 행사를 펼쳐 나가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대상 지역은 인구 50만 명이 넘는 중국 전역의 모든 도시다. 시내 버스와 자전거, 앰뷸런스 등 긴급 차량을 제외한 모든 차량은 이날 특정 구역에서 운행을 하지 못하게 된다.

중국 건설부는 이 같은 계획을 최근 구이저우(貴州)성 구이양(貴陽)에서 개최된 도시대중교통연합회 지능형교통위원회 회의에서 확정한 뒤 공개한 것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건설부 관계자는 "베이징과 상하이는 물론 모든 중소 도시에서도 경제 성장 덕에 자동차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며 "경제적으로 윤택해지기는 했지만 급속한 차량 증가는 결국 심각한 도시 공기 오염으로 이어져 이 같은 행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자동차의 빠른 증가로 각 도시의 대기 오염이 심각한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며 "이를 적절하게 통제하지 못할 경우 도시 주민들의 건강이 크게 위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중국 유관 기관의 통계를 인용해 상하이의 경우 대기 중 일산화탄소의 86%가 자동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중국 건설부 관계자는 "2000년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차 없는 날'을 시범적으로 운영한 결과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 '차 없는 날'=자동차로 인한 대기오염과 소음, 교통 체증에서 하루라도 자유로워 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캠페인이다. 세계적인 석유 파동이 있었던 1970년대부터 비슷한 운동이 있었지만 90년대 들어 본격화됐다.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 영국의 중소 도시 배스에서는 96년, 프랑스의 라로셸에서는 97년 '차 없는 날' 행사가 처음으로 열렸다. 프랑스는 98년 이를 국가 차원의 행사로 격상시켰으며, 이후 이 운동은 유럽과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유럽연합(EU)은 2000년 '도심에서는 자가용을 타지 맙시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유럽 차 없는 날' 첫 행사를 개최했다. 한국도 2001년부터 환경.에너지.소비자 단체가 중심이 돼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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