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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주가' 맞힌 족집게 "이젠 수치까지 내다볼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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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달 말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에서 대신경제연구소 최고경영자(CEO)가 된 김영익 대표(47.사진). 취임 한 달이 다 돼가는 22일, 그는 의외의 소감을 말했다.

"처음에는 아쉬웠다."

리서치센터장(상무)에서 경제연구소 대표이사(상무)로의 이동은 표면적으론 승진이 아니긴 하다. 하지만 CEO는 아무나 되나. 당연히 축하 받을 일이다.

그런데도 그가 이런 말을 한 건 리서치 조직에 대한 애정 때문인 듯하다. 리서치의 역량을 더 키워야 하는데 자리를 옮겨 미련이 남을 수 밖에. 물론 미련을 오래 둘 정도로 한가한 처지는 아니다. 대신경제연구소를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증권 관련 연구조사기관으로 만들겠다는 그의 각오는 미련보다 훨씬 앞선다. 그래서 '아쉽다'는 심경을 과거형으로 표현했는지도 모른다.

"투자자들과 직접 만나 대화하고 시장을 평가하는 기회는 많이 줄겠죠. 대신 투자자에게 더 도움이 되는 정확하고 치밀한 시장전망을 할 겁니다."

그가 대표가 되면서 내 건 목표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시장 전망"이다. 예컨대 종전에는 "지금은 주식 비중을 높이고, 채권 비중을 낮출 때" 정도로 시장을 전망했다.

하지만 그는 에두르는 분석과 전망에 그치지 않고 "주식 비중을 40%로 하고 채권 비중을 30%로 낮추라"는 식으로 똑 부러지게 수치까지 제시할 계획이다. 어쩌면 위험한 도전일 수 있다. 신도 맞출 수 없다는 주가 아닌가. 전망이 틀리면 명성에도 금이 갈 수 있다.

그는 9.11 테러 직후 주가가 폭락했을 때 곧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놔 족집게처럼 맞췄다. 또 2004년 5월의 주가하락, 2005년의 주가 상승 등을 정확히 예견해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올 2분기에 주가가 급락할 것으로 예상했다가 반대로 5월에 주가가 최고치를 기록하자 몸무게가 5kg이나 빠졌다고 한다.

"제가 100% 맞출 수는 없겠지요. 다만 연구소가 더 노력해 투자자들에게 좀 더 실질적인 가이드를 한다면 투자문화를 더 발전시킬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저 나름의 신념입니다."

여기에는 증권사에서 번 돈으로 연구소를 키워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대신증권 양재봉 명예회장의 철학도 담겨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을 '타율 6할8푼의 타자'로 부른다. 단기간의 주가 예상을 계속 해보니 68% 정도를 맞췄다는 뜻이다. 이 타율을 경제연구소에서 더 높이겠다는 게 아니다. 첨단 금융공학과 정교한 경제조사를 바탕으로 투자자들에게 만족을 주는 시장분석을 하는 게 목표다.

김영익이라는 이름은 한국 주식시장에선 이미 하나의 '아이콘'이 됐다. 전남 함평 출신인 그는 집안 형편 때문에 중학교도 다니지 못했다. 하지만 "프로가 되겠다"는 신념으로 검정고시 등을 거쳐 한국 최고의 이코노미스트로 인정받았다. 스카우트 제의도 많이 받았다. '김영익 펀드'라는 상품을 내놓자는 제안까지 있었다. 모두 거절했다. 이유는 하나. "시장을 분석하는 이코노미스트로 영원히 살고 싶어서"란다. 입사 후 새벽 6시 출근을 거르지 않는 열정이 이제는 대신경제연구소로 옮겨갔다.

글=김종윤,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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