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세 중국군 병든 사기/8월1일 창군기념일 앞둔 해방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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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천안문 진압뒤 민심 떠나고… /당의 군 장악에 소장파등 불만 고조
8월1일로 중국 공산정권수립에 결정적 역할을 한 인민해방군은 창설 63주년을 맞는다.
그러나 『정치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마오쩌둥(모택동)의 군에 대한 높은 평가와는 달리 창군기념일을 앞둔 인민해방군은 현재 심각한 사기저하 국면에 처해 있다. 지난해 6월 천안문 유혈진압 이후 강화된 정치ㆍ사상교육에 대한 군내부의 불만,군수뇌부에 대한 불신감,게다가 군현대화작업의 지지부진 등으로 소장장교를 중심으로 인민해방군 내부의 사기는 처질대로 처져 있는 상황이다.
당의 군에 대한 정치교육강화는 『총은 당의 수중에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군기관지등에 되풀이해 나타나고 있는데서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이는 군의 중요성을 강조한 모의 사상과 상반되는 것이다.
특히 지난 4월14일자 해방군보는 『군사학교들은 충분한 숫자의 장교들을 제대로 훈련시킬 수 없다』며 『정치적 자격이 장교승진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정치교육의 중요성을 재삼 강조했다.
실제 일부 부대에서는 가용시간의 60%를 정치교육에 쏟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서방외교관은 『군사교육은 창문너머로 사라졌다』면서 교육받은 소장장교들과 나이든 장성들간의 갈등을 지적하고 있다.
소장장교들은 특히 당의 정치교육강화가 군의 전문화를 저해한다며 이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당의 군에 대한 정치교육강화는 천안문 민주화시위와 관련,군이 동조의식을 갖는 것을 방지하는데 주된 목적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시위당시 군ㆍ경의 일부가 민주화시위에 참가했던 점을 감안할때 이같은 정치ㆍ사상교육강화는 군내부에 잠재적 불만요소를 축적시킨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 함께 양상쿤(양상곤) 국가주석을 비롯,현 군수뇌부에 대한 불신감도 인민해방군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당군사위 부주석 및 정치국원인 양상곤은 최고실권자 덩샤오핑(등소평)과는 대장정 시절부터 동료여서 군에 대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양은 동생ㆍ사위 등 친족들을 군요직에 등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다 천안문시위의 유혈진압에도 주도적 역할을 해 그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해 있는 상태다.
여기에다 양의 동생이자 인민해방군 정치위원인 양바이빙(양백빙)은 「레이펑(뇌봉)을 본받자」는 모택동식의 케케묵은 캠페인을 부활시켜 중국인들로부터 비웃음을 사고 있다.
뇌봉은 60년대초 욕심없는 공산주의 정신을 몸으로 실천한 모범사병으로 추앙되었던 전설적인 인물. 양백빙은 뇌의 생활태도를 원용,군이 거리로 나가 환자를 돌본다거나 이발을 해주는등 봉사활동을 하게 했다. 그러나 이같은 복고적 캠페인은 몇주못가 시들해졌으며 군내부에서는 물론,일반국민들에게조차 조롱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이와 함께 무려 1백만명에 달하는 군병력의 징집해제가 원활히 추진되지 못함에 따라 일자리를 얻지못하는 것이 또한 인민해방군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인민해방군은 또 서방국가들로부터 현대적 기술과 무기를 도입하고 싶어하지만 이점도 여의치 못한 실정이다. 천안문 유혈진압에 대한 제재조치로 이들 국가들이 무기 금수조치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 군예산이 15.2% 늘긴했으나 그 상당부분이 봉급인상분으로 쓰일 예정이어서 장비의 교체도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40년대형의 낡아빠진 트럭과 구식 비행기를 아직도 가동시켜야 하는 인민해방군으로서는 불만이 없을 수 없는 것이다.〈박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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