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한국서 발 빼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국내 증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 5월 이후 11조원가량을 순매수하며 주가상승을 이끌었던 외국인들은 이달 중순부터 매수 강도를 줄여 가더니 27일에는 지난달 23일 이후 한달여 만에 이틀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에서 발을 빼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외국인 매수 주춤=이달 둘째주에 1조2천6백억원에 달했던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셋째주에 6천억원으로 감소한 뒤 지난주에는 4분의 1 수준인 3천억원대로 줄었다. 특히 지난 24일 2천억원 가깝게 순매도했던 외국인은 27일에도 장 초반부터 '팔자'에 나서며 8백9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이날 선물시장에서도 3천6백95계약을 순매도했다.

다른 아시아 시장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3일 외국인은 대만 증시에서 3개월 만에 최대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하는 등 일본과 홍콩.대만 등 아시아 시장에서의 매수 강도가 점차 약해지는 추세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금리인상 우려로 인한 미국 증시에서 조정 장세가 나타나고 있는데다 추가 매수에 대한 부담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교보증권 주이환 책임연구원은 "최근 미국 증시가 약세를 보이고 있고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이 시작되며 외국인들이 차익실현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며 "'셀 코리아'로 전환할 가능성은 작지만 예전처럼 강한 매수세가 유입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시장에서 외국인의 시가총액 대비 보유 비중이 사상 최고치인 40%에 이르고 중국이나 태국 등 주변국들이 대체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는 점도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를 주춤하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고창범 책임연구원은 "과거 외국인 보유 비중이 높을 때가 36%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외국인 보유 비중은 한계를 넘어선 상황"이라며 "아시아 증시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대체시장이 나타나면 차익을 낸 뒤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는 매수 이어질 듯=최근의 이상기류에도 불구하고 외국계 투자회사들은 외국인들이 등을 돌릴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의 우량기업들이 여전히 저평가돼 있고 경기 회복과 함께 원화 환율이 강세를 보이는 등 투자환경이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JP모건 임지원 이사는 "종합주가지수 500선에서 한국 시장에 들어온 외국인들이 부분적으로 차익실현에 나설 가능성은 있다"면서 "그러나 세계적으로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추세고 미국 주식형 펀드의 잔고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매도를 계속할 가능성은 작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달 들어 현재까지 미국 주식형 펀드에 유입된 금액은 총 1백12억달러로 지난 6월 기록한 최고치(1백21억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특히 지난주 아시아펀드에 유입된 금액은 4억4천만달러로 올 들어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모건스탠리 관계자는 "해외 뮤추얼펀드의 이머징마켓 투자는 계속 확대되고 있고 특히 한국은 우수한 기업이 많은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대내외적으로 불안한 요인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 증시 전망은 여전히 밝다"고 진단했다.

손해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