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독도법 활용해 검산준령 누빈다|「OL」 여성 지도자 최향옥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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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오리엔티어링 (OL). 독도법을 활용해 즐기는 등산 레포츠라면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한동안 산악인들의 훈련이나 기업체의 극기 훈련을 통해 소개·보급돼왔던 이 숲속 스포츠가 가족들과 친목 단체들의 놀이 종목으로 유행하면서 이 직업도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OL은 남녀노소 누구나 할수 있고 레저 문화의 정착과 함께 동호인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어 지도자 수요도 급격히 불어나고 있는 상태다.
이 OL레포츠계에 한 여성이 지도자로 맹활약하고 있다.
최향옥씨 (34). 아직 미혼인 그녀는 산악인이면 누구나가 『아하, 그 사람』할 정도로 알려진 인물이다.
지난해 5월3일부터 7월12일까지 꼬박 70일 동안 백두대간, 즉 태백산맥 진부령∼지리산 천황봉에 이르는 무려 43개 봉우리를 등반, 여성 최초 종주 등반자 기록을 갖고 있기 때문. 당시 그녀의 기록은 베테랑급 산악인들도 힘겨운 쾌거였다.
『불가능한 일이 있겠어요. 그저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란 금언을 외고 또 외었죠』
그녀는 까다로운 독도법도 이같은 불굴의 신념으로 밀어 붙여 국내 여성 최초로 OL 지도자자격을 따냈단다.
충남 당진군 합덕이 고향인 그녀는 지난 72년 단신으로 상경, 장안평의 이모댁에 머물면서 해성여상을 졸업했다.
한 전자업체에 취직한 그녀는 워낙 내성적인 성격이어서 홀로 등산을 자주 했고 언제나 반갑게 맞아주는 산들에 곧 빠져 들어갔다.
지리산을 가장 좋아한다는 그녀는 설악산 등성이와 계곡을 내집 드나들듯했고 백운산·함백산·태백산 등 전국의 험산 준령을 안가본데가 없다.
『산을 다니다보니 지도와 나침반이 필수적이란 것을 깨닫게 되더군요. 86년 봄 한국 산악회가 연 산법 강습회에 참가하면서 등산의 참 맛을 알게 됐어요』
이 강습회에서 OL이자는 하나도 없고 오직 기호로만 표기된 지도를 사용, 오밀조밀한 산행의 묘미를 느끼게 하는 레포츠임을 알게 됐다고. 그녀는 이듬해 제1기 OL지도자 과정을 밟았고 풍부한 등산 경험이 밑받침돼 곧 국내 여성 최초로 OL지도자 자격을 따냈다.
현재 한국 OL연맹 (회장 김정섭) 지도자 겸 서울 연맹 간사를 맡고 있는 그녀는 요즘 연맹업무 만큼이나 폭주하는 지도자 활동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최근 각종 단체나 가족 모임에서도 OL을 산행과 레저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레포츠로 인식, 강습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는 것.
『데이트할 짬 내기가 힘들어요. 현재 전국의 동호인이 줄잡아 5만명은 넘을 겁니다』
그녀의 평생 직업이 돼버린 이 OL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한국 OL연맹 ((266)-0140)과 서울 연맹 ((268)1578) 등 각 지방 연맹에서 한달에 한번씩 실시하되 3개월 과정이며 소정의 테스트를 거친 뒤 다시 3개월 연수로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글 배유현 기자 사진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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