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돈웅-이재현 진실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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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말이 진실이고 거짓인가.

SK 비자금 수수 과정의 중심에 서 있는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과 이재현 전 재정국장의 주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당에서 시켜서 한 일"(崔의원)과 "사실상 崔의원이 주도한 것"(李전국장)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 있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27일 "李전국장이 검찰 출두 전에 崔의원에게서 '돈 받아왔다'고 먼저 연락이 와 崔의원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돈뭉치를 옮겨왔다고 말했다"며 "李전국장은 처음에는 崔의원이 마련한 돈이 SK 비자금인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무처 직원으로서 당시 재정위원장이 마련한 돈에 대해 출처를 묻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또 이 관계자는 "李전국장이 돈을 받고 김영일 당시 사무총장에게 보고했더니 영수증 처리 문제를 물어 崔의원에게 문의하자 'SK 돈인데 영수증 처리가 필요없다고 하니 그냥 쓰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崔의원이 주도적으로 SK 측과 거래해 비자금을 받아왔다는 주장인 것이다.

그러나 崔의원의 말은 전혀 다르다. 崔의원은 최근 일부 언론에 "SK 비자금 수수는 당에서 시켜서 한 일로 자금을 전달하는 역할만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1백억원을 받은 과정에 대해서도 "우리집 주차장에서 내 승용차에 SK 측이 돈을 실어놓으면 '그 사람들'이 와서 가져갔으나 그 돈이 어디로 갔는지는 모른다"며 "그 사람들이 누구인지, 누가 얘기해 내가 움직였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崔의원은 또 "당에서 지난해 10월 초 당 후원회 모금을 위해 (기업체를) 나눠서 전화했다"며 "당에서 'SK 본부장과 전화연락하라' '받을 준비가 되면 (당으로)연락해 달라'는 식으로 연락이 왔었다"고 주장했다. 자신은 결코 주도적인 입장이 아니었으며 돈 심부름만 했다는 강변이다.

이처럼 李전국장과 崔의원의 상반된 주장 속에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는 결국 검찰 수사에서나 명확히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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