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세관에 비친 과소비 요지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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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기저귀ㆍ메주ㆍ개먹이ㆍ금붕어… 돈되는건 다 들어온다/1회용 급증… 생리대등은 작년의 67배/1억원대 승용차등 품목만 수만종/파키스탄 손수건도 백만여장 쌓여/도진 외제병 속수무책
1억원대 승용차에서부터 아기 기저귀에 이르기까지 달마다 수천점의 각종 외제물품들이 다투어 통관을 기다린다. 심지어 우리 고유음식인 메주에서부터 개나 고양이 먹이ㆍ식초ㆍ가위ㆍ그림엽서ㆍ각종 관상용 물고기ㆍ식수까지 비싼 외화로 사들이고 있다.
부산본부세관을 통해 올 상반기중 들여온 수입품이 70억2천5백57만1천달러어치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9.7%나 늘어났다. 수입대상국만도 1백여개국에 품목도 수만종에 이른다.
최근들어 두드러진 것은 1회용 소모품이 급증한 것.
나무젓가락의 경우 값싼 중국산 등 동남아 제품이 몰려와 올들어 6월말까지 2백1건에 2백63만2천달러어치가 수입되는 바람에 87,88년까지 연간 1천만달러어치이상 수출했던 국내 나무젓가락 제조업체들이 차례로 도산,지난 1년반사이 2백여 제조업체중 1백40여업체가 문을 닫아 3천여명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1회용 기저귀와 생리대도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만3천달러에 비해 올 상반기엔 67배나 늘어난 2백20만3천달러어치 수입에 이르렀다.
전래의 고유식품으로만 알았던 메주마저 새 수입상품으로 등장,미국 등지에서 올 상반기동안 태양물산ㆍ대림상사ㆍ네슬레식품 등이 지난해 동기보다 5ㆍ6배 늘어난 32만9천달러어치(65만9천3백75㎏)를 들여왔으며 개ㆍ고양이 먹이도 23건에 28만4천8백22만달러어치(26만9천9백96㎏)나 수입됐다.
또 미국ㆍ영국ㆍ스위스ㆍ서독산 케첩 14만3천3백15달러어치(13만1천5백69㎏)와 일본ㆍ중국ㆍ파키스탄산 손수건 9만4천3백32달러어치(9만6천52다스)가 반입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1배,2배의 수입 급증 현상을 보였다.
현재 부산항 3부두 보세장치장엔 세명교역이 지난해 7월18일 반입한 중국산 대나무젓가락 9백25박스가 1년이 넘도록 방치되어 있고 한일카핏이 올해초 수입한 중국산 등나무카핏 1백15장도 통관 대기중이다.
부산본부세관 현후길 수입1과장(44)은 『최근 몇년사이 각종 특이한 외국물품들이 수입규제가 풀리자마자 무더기로 수입되는 사례가 많다』며 『세계적인 수입개방 추세를 거스를 수 없는 우리나라의 입장은 알지만 수입업자는 무분별한 수입을 자제하고 소비자도 국산품을 애용하는 풍토가 아쉽다』고 말했다.<부산=강진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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