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대희] 흥분시키려면 왕복 몇 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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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미국의 젊은이와 한국 청년의 섹스 행동 차이는 뭘까. 한 마디로 ‘풍성한 사랑의 밀어와 부드러운 애무가 있느냐 없느냐’다. 매춘에 의해 총각 딱지를 떼는 게 한국의 성 풍속이다. 그러나 미국은 걸 프렌드를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섹스로 끌어들인다. 여기에서 큰 차이가 난다. 남성 독자 제위는 미국인들의 여성 접근 방법을 쫓아가는 것이 성공적 부부생활의 지름길임을 터득하기 바란다.

단순히 여성을 임신시키는 것이 목적이 아닌데 바지의 지퍼를 내리고 곧바로 여체에 상륙하는 한국식 섹스 방법은 문제가 있다. 그 여성이 다시 섹스를 하고 싶을까. 여성이 섹스로 흡족한 오르가슴을 맛보고 그 유쾌한 기억이 그녀의 원초적 본능을 자극, 순순히 침대로 따라오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자면 남성의 섹스 테크닉이 우선 탁월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미국 남성들이 섹스라는 메인 이벤트에 진입하기 전, 여성의 유방이나 클리토리스에 집요한 애무를 하는 것도 알고 보면 다 그런 흑심이 있기 때문이다.

애무 중심의 성문화가 깊게 뿌리내려 있는 것이 미국이다. 이 때문에 클리토리스는 섹스의 구심점이며 오르가슴의 원천이다. 이런 절대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클리토리스는 현대 성의학이 학문으로 정립되기 전까지는 그 존재 가치를 인식하지 못했다. 심지어 ‘음핵 무용론’까지 등장해 모진 푸대접까지 받았다. 당시는 클리토리스를 기점으로 감각 신경이 거미줄처럼 포진돼 있는 것을 알지 못하던 시대였다.

성의 메커니즘은 대뇌 생리의 수수께끼가 풀리면서 알게 됐다. 과거의 과학 수준과 섹스 장면 관찰 등만으로는 클리토리스의 역할을 제대로 파악조차 할 수 없었다. 실제로 성행위 장면을 용의 주도하게 관찰하면 잘 알 수 있다. 인간처럼 복부를 서로 맞대는 대향위(對向位)란 체위에서 여성의 클리토리스는, 페니스까지도 포함해 남성의 어떤 신체 부위와도 직접적인 접촉에 의한 자극을 받지 못한다. 즉, 성행위를 통해 남성의 신체 부위와 서로 닿는 부분은 질벽과 음순뿐이라는 얘기다. 단순히 이런 관찰 결과로 본다면 여성의 클리토리스는 성교 이전, 즉 패팅의 단계나 그것이 진행 중일 때의 보조수단으로 이용 가능한 신체기관일 뿐이다.

본격적인 클리토리스 연구가 시작된 것은, 하벨록 앨리스란 성의학자다. 그는 주변 과학의 도움을 받아 본격적인 연구를 했다. 우선 치모가 클리토리스를 중심으로 나고 있음을 알았다. 또 음핵이 흥분했을 때 발기하도록 도와주는 배부신경이라는 것이 남성의 페니스보다 3~4배 더 농후하게 분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것은 성적 자극에 대한 감각이 남성보다 월등하다는 의미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클리토리스가 여성기의 해부학적 중심이 됐다.
동시에 감각적인 면에서 ‘전기 버튼(electric button)’이며 ‘사랑의 방아쇠(trigger of love)’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당시에는 페니스가 질을 180회 정도 왕복하며 자극해야 클리토리스에서 뻗어 나온 배부신경이 자극받아 성적 흥분에 이르는 원리를 알지 못했다. 이전 사람들은 클리토리스가 음악에서 반주자의 역할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정신의학의 대가인 프로이트도 성적 자극의 주체가 마스터베이션을 하던 소녀 시절에는 클리토리스에 있던 것이 성년이 되었을 때는 질로 옮겨간다는 그릇된 생각을 했을 정도였다. 성 지식 수준이 얼마나 낮았는지를 능히 알 만한 대목이다.

곽대희 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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