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위해서라면 …" 현대판 '심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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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러 수 존스가 자택에서 어린시절 앨범을 보여주고 있다.

"어머니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 만족해요. 많은 연봉을 받으며 유명한 로펌에 다닐 때 오히려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미국 최고 명문대를 나와 촉망받는 변호사로 엘리트 코스를 걷던 재미 한인 2세 여성이 병약한 홀어머니를 간호하기 위해 부와 명예를 내던졌다. '현대판 효녀 심청'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시카고에 사는 새러 수 존스(35). 그는 조그만 아파트에서 중증 관절염으로 거동이 어려운 홀어머니 백최선씨를 간호하면서 SAT(대학입학자격시험)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존스의 이력은 화려하다. 하버드대 경제학과와 법대 졸업(우등상 수상), 미 국무부 인턴, 매킨지 뉴욕본사 컨설턴트, 롭스&그레이 로펌 변호사 등등. 특히 2001~2004년 로펌 보스턴지사에 근무할 때 그의 연봉은 보너스를 빼고도 15만달러에 달할 정도였다. 1996년에는 하버드에서만 100대 1의 경쟁을 뚫고 모두가 선망하는 직장인 매킨지에 입사했다. 그러던 그가 2년 전 돌연 변호사를 그만두고 고향인 시카고로 돌아와 연수입이 5만 달러 남짓하는 가정교사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머니를 돌봐야 하는데 바쁜 변호사 생활과 병행하기가 어려웠어요. 그 부분이 늘 부담이 돼 엄마와 제가 서로에게 미안했죠. 성공했다고 행복한 건 아니잖아요. 그 점에선 지금 너무 행복해요."

그는 지금 매킨지 시카고 지사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연봉 30만달러 정도 되는 자리란다. 그러나 아무 미련이 없다고 한다.

가정교사 일을 처음 할 때는 월수 1500달러 수준에 그쳤다고 한다. 2년여 만에 학부모들 사이에서 '잘 가르친다'는 입소문이 퍼져 현재 가르치는 학생이 20여명으로 늘어 수입이 늘었다. 그러나 빠듯하게 가계를 꾸려가는 정도다.

어머니 백씨는 "나 때문에 붙잡혀있는 아이를 생각해 얼마나 자주 도망가려했는지 모른다"며 "딸에게 항상 미안하지만 딸이 고집을 꺾지 않는다"고 말했다.

백씨는 20대 때인 70년대 초반 미국 유학을 왔다가 미국인 캔트 존스씨와 결혼했고 94년 이혼했다. 캔트 존스는 3년 전 별세했다. 백씨는 75년부터 관절염을 앓아오다가 98년부터는 거동을 거의 못할 만큼 병세가 심해졌다. 독신인 존스는 "앞으로도 어머니를 모시면서 살 것"이라며 "돈을 좇기보다는 지금처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돌보며 사는 삶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시카고지사=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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