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왜 '한국 PSI 참여' 집착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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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북한의 핵이 알카에다 손에 넘어갈 경우 컨테이너에 담아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정부 고위 당국자가 20일 전했다. 라이스 장관은 19일 반기문 외교장관과의 면담에서 이렇게 밝히며 "북한 핵의 국외 이전은 미국 혼자 힘으로 못 막는다. 한국의 협조가 없으면 방법이 없다"며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한국의 본격 참여를 거듭 요청했다고 한다.

라이스 장관은 2008년 대통령선거를 앞둔 한국에서 PSI 본격 참여가 반미 감정의 기폭제가 될까 우려해 '주권국가가 결정할 문제'라고 여운을 남겼다. 하지만 내심 거부하기 어려울 정도의 강도로 참여를 요청한 것이라고 정부 당국자들은 평가한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의중을 한국에 전한 라이스 장관의 발언에는 이처럼 미국이 왜 PSI에 집착하는가에 대한 해답이 담겨 있다. 미국은 북한의 핵 문제가 동북아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국 본토의 안보와도 직결됐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핵무기에 대한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폐기'다. 하지만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해 투명하고 검증 가능한 핵 폐기 절차를 밟기 전까진 핵을 폐기시킬 방법이 마땅치 않다. 그래서 핵무기와 물질의 이전을 막겠다는 게 미국의 최우선 대북 정책이다. 미국은 특히 PSI의 실효성이 한국의 참여 여부에 달려 있다고 판단한다.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한국에 최첨단 '방사능 물질 원격탐지 장비'를 제공하겠다고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18일 "북한이 누군가에게로 보낼 핵무기.핵물질을 실은 북한 선박과 항공기에 대해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며 "중대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핵 이전이 미국이 정한 북한의'레드 라인(red line.금지선)'임을 시사한 것이다.

북한 핵실험 직후 방한한 미 국방대학교 전략문제연구소 제임스 프리스텁 박사도 "미국이 북한의 핵개발을 우려하는 것은 중동 쪽으로의 확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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