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범민족 예비회담 표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북한대표 명패만 덩그렇게/“우리끼리라도 잘해 봅시다”
○서로 손잡고 입장
○…회담장으로 사용된 아카데미하우스 4층 한천실에는 대형 탁자에 꽃과 마이크 4대가 설치됐고 탁자 한쪽에는 이날 회담에 참석하지 않은 북측 대표 5명의 명패가 놓여 있었다.
이날 회담은 오전 10시부터 신창균 전민련공동대표등 남측 대표 6명과 은호기 해외동포대표등이 서로 손을 맞잡고 3층 숙소에서 회담장으로 들어와 바로 시작됐다.
원래는 남북 대표가 서로 마주 보고 한쪽에 해외동포가 앉도록 되어 있었으나 북측 대표가 참가하지 않는 바람에 남측 대표와 해외동포 대표가 서로 마주 보며 회의를 시작.
○처음엔 분위기 서먹
○…대표들은 처음 약간 서먹한 분위기였으나 김희선 서민협의장(여)이 『해외동포는 한명 정도밖에는 참석을 못할 줄 알았다』고 말한 데 대해 은대표가 『우리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고 응수,분위기가 호전됐다.
이날 회담에는 이해학 전민련조통위위원장이 사회를 맡았고 권형택 전민련조통위사무총장(35)이 서기 자격으로 참가,기록을 맡았다.
회담에 앞서 사회자 이씨가 『조국통일을 위해 숨져간 선배들과 정의를 위해 싸우고 있는 동지들을 위해 묵념하자』고 제의했고 묵념을 마친 대표들은 탁자를 사이로 원을 그린 채 손을 잡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불렀고,모두 눈을 감은 채 감개무량한 표정이었다.
○…사회자 이씨는 이어 『북측 대표의 자리가 비어 있어 안타깝다. 오늘 남측 대표들이 다시 마중을 갔으니 북측 대표와 함께 돌아오기를 기대해 보자. 이런 기회도 힘드니 일단 반쪽이지만 우리끼리라도 회담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고,해외동포 대표 은씨는 『정부가 간섭을 안할수록 통일논의가 잘되니 한국정부에 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번 범민족대회를 꼭 성사시켜 남북으로 갈려진 조국때문에 이리저리 방황하는 해외동포도 자기 자리를 찾을 수 있게 해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
○처음 모국 온 대표도
○…이날 참석한 해외동포중에는 해외에서 태어나 생후 처음으로 조국을 찾은 김정부씨(41ㆍ재일동포 대표)와 한국에 유학을 왔다 간첩단사건에 연루,3년간 감옥생활을 했던 강종헌씨(39ㆍ재일동포 대표),광부로 독일에 갔다 그곳에서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유럽민협 공동의장인 이종현씨(54)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었었으나 회의 초엔 긴장해서인지 대화의 대부분은 은씨가 도맡았다.<김종혁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