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백송"살릴 자신 있습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25일 오후2시쯤 서울시 문화재과 사무실.
『절대로 백송을 자르면 안됩니다』
중년의 재일교포 김호식씨(43·여·사진)가「빈사의 백송」를 살릴 수 있다는 신비의 약과 설명서를 펼쳐 보이며 진지하게 호소하고 있다.
21일 오후 한국신문을 뒤적이다 백송기사를 읽은 김씨는 일본 오사카대학에서 개발된 나무특효약을 구해 24일 무조건 고국행 항공기에 몸을 실었다.
『6년전 한국을 떠나기 전 통의동 친구 집에 들러 작별인사를 나누던 때 일이 떠올랐어요』
골목길 어귀에 두줄기로 뻗은 백송은「네 마음 안다」는 듯 넉넉한 모습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 사장으로부터 『나무 만병 통치약을 발명했다』는 말이 떠 오른 김씨는 전화기를 들고 한국의 문화재 관리국·서울시청·신문사로 다이얼을 돌려『절대 자르지 말고 기다려 달라』고 호소했다.
또 회사사장 가와하라씨에게 연락, 약품의 판권을 사들인 사장 친구 안다씨에게 약품지원을 부탁, 도와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아직 시판되지 않은 이 나무 특효약은 일본 오사카대학 사토교수(74)가 47년간 연구 끝에 77년 특허를 받은 것으로 일본 나라현 요시노의 99% 죽은 3백70년생 벚나무를 회생시킨 임상실험 결과가 입증돼 있다.
서울시 측은 서류와 약품을 백송회생 대책위원 이창복 교수에게 보냈다.
이 교수는 26일 중 회생대책위 수목반 회의를 소집, 약품에 관한 서류를 검토한 후 수용여부를 결정키로 했다.『속리산 정이품송도 병들었다고 들었어요. 이 약품의 효능이 입증되면 그 나무도 살리고 싶어요』
25일 뒤늦게 한국에 온 안다씨도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무상으로 실험실에 보관중인 약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3공화국 시절 국회 외무위원장실에서 근무했다는 김씨는 일본에서 결혼해 네살난 딸을 두고 있다. <박종권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